하지만 세계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나라마다 국경을 봉쇄한 것은 물론 심리적 담장까지 높게 쌓아 올리며 '국제공조'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우한=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0.03.11.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0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2일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이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바이러스 샘플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혐의를 부정하고, 오히려 "우린 바이러스의 피해자"라 주장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신뢰도 추락은 계속된다. 손해배상 소송도 불안요소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40개국 1만명의 시민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인도 변호사협회도 코로나19의 전 세계로 확신시킨 책임을 묻겠다며 중국에 20조달러(2경4640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미주·유럽 곳곳에서…아시아인 인종차별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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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선 지난달 13일 92세 아시아계 노인이 편의점을 찾았다가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에 의해 가게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호주 멜버른에선 이달 15일 유학 중인 아시아 여성 2명이 번화가에서, 2월에도 싱가포르 출신 영국 유학생이 런던 중심부 옥스퍼드에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차별적 발언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아시안을 향한 무차별적 혐오가 심해지면서 유학 등 외국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선 고심이 깊어진다. A씨는 "패션 쪽 유학을 고려 중인데 유럽에서 아시안 인종차별이 너무 심해져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B씨는 "요리를 배우러 호주 유학을 생각했는데, 이쪽 역시 인종 차별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국제공조'…EU도 붕괴 조짐
[피아첸차=AP/뉴시스]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한 화장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사람의 시신이 들어 있는 관들이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3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만3927명으로 전날보다 4789명 증가하고 누적 사망자는 6077명으로 전날보다 601명 늘었다고 밝혔다. 2020.03.24.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에선 '반(反) EU 감정'이 거세졌다. 사태 초기 인접 국가들이 이탈리아를 대상으로 국경 폐쇄, 입국 제한 등을 시도한 게 발단이 됐다. 또 이탈리아 정부가 마스크·방호복 등 의료물품 지원을 호소했지만,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지원 의사를 밝힌 국가는 한 곳뿐이었다. EU를 이끄는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마스크 등 의료물품 수출금지를 고수했다.
지난 21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 컨설팅업체 테크네(tecne)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EU 탈퇴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4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