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올해 첫 전국 단위 모의고사인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3월 학평)가 이날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문제를 푸는 '원격 시험' 형태로 치러지면서 굳게 닫혔던 교문이 두 달여만에 학생들에게 활짝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험지 배부가 이뤄지면서 학교는 안전 관리에 철저히 신경썼다. 학교 곳곳에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었고,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2m의 안전 거리를 유지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육상선수처럼 트랙 출발선에서 발을 떼 시험지 배부처까지 약 30여m를 걸어가는 학생들의 표정은 웃음이 가득했다. 적어도 이 순간음 입시에 대한 불안과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떨쳐낸 듯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 전윤호군(18)은 이날 친구와 만나 얘기 나누기 위해 예정된 문제지 배부 시간보다 20분이나 빠른 오전 7시30분에 학교에 왔다고 했다.
전군은 "너무 일찍 일어나서 좀 피곤하긴 한데, 친구 만나서 장난도 치고 선생님들하고 인사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집에서 집중해서 시험을 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첫 모의고사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문제지를 전달하는 교사들./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수험생 조지훈군(18)은 "7명이 친한데 아직 1명이 안 왔다"며 "집에 가서 밥도 먹고 시험 준비도 해야 하는데, 얼굴이라도 보고 가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 권태형군(18)은 "학교는 원래 다들 오기 싫어하는 곳인데 이 정도로 못 오게 되니까 학교가 정말 좋은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빨리 학교 문이 열려서 친구들하고 농구도 하고, 선생님들이랑 공부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싶다"고 했다.
때늦은 꽃샘 추위에, 코로나19 위험까지 무릅쓰고 학교를 찾은 학생들을 바라본 교사들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했다.
왕우진 교사는 "아이들 표정이 밝아서 한시름 덜었고, 오랜만에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도 "입시를 코앞에 둔 아이들이 집에서 속으로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할지 생각하면 선생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교무부장을 맡은 이호연 교사는 "꽃샘추위처럼 코끝이 찡하다"며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을 듣고 전례없는 원격 시험을 보게 된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이 교사는 이어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아 원하는 진로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학교가 다시 떠들썩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0학년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정문에서 교사들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20.4.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여의도고등학교가 걸어서 문제지를 받는 '워킹 스루' 방식으로 진행된 것과 다르게 여의고여자고등학교는 주로 차량을 탄 상태에서 문제지를 받아가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문제지를 나눠줬다.
차에 탄 학부모와 학생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교사·친구들과 마음을 나눴다. "곧 만나자"는 교사의 말에 학생들은 "인제 얼마 안남았다"며 밝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끼리 "악수라도 하자"는 말도 오갔으나 교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야 한다"며 애써 말렸다.
학생들이 문제지를 받아 나온 여의도고등학교와 여의도여자고등학교의 인근 거리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는 학생·교사의 안부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여의도동에 거주하는 한연자씨(62)는 "학교에 사람이 없으니까 조용했는데 다시 애들 목소리가 들리니까 이제야 좀 사람 사는 동네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