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임대료 하루 매출의 840배…"차라리 문 닫는 게 최선"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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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플러스]인천공항 입점 대기업 3사 면세점 4월 1000억원 이상 적자 전망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4.23/뉴스1(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4.23/뉴스1


"대기업 면세점 3사의 총 하루매출이 약 1억원 가량인데, 월 약 840억원의 임대료는 계속 내야 하나요?"

자꾸 듣는 곡소리가 지겨울 법도 하지만, 정말 심각하다. "차라리 모두 문을 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란 얘기도 나온다. 손님은 없는데 수백억 임대료가 쌓여가는 면세점들의 한숨이 깊다.

지난달 기준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3개사 면세점의 월 임대료는 신세계 약 365억원, 신라 약 280억원, 롯데 약 193억원 등 총 84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평균 매출액은 총 1억원 정도뿐이다.



물론 정부가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지난 1일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에 최대 6개월(3~8월) 임대료 2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면세점들은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며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단서를 달았다. 올해 6개월 한시 인하해주는 대신 내년 할인 혜택폭은 없애겠다는 것. 인천공항은 최소보장금(낙찰가)에 전년도 여객증감률에 따라 임대료를 최대 ±9% 낸다.



올해 여객수가 확 줄어든 만큼 내년 임대료 9% 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인데, 인천공항이 내년 감면 6개월치를 포기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 내년은 여객수가 올해보다 대폭 늘어날게 뻔하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경우 후년 임대료는 9% 그대로 인상된다.

가령 원래대로 △올해 100 정도의 임대료를 낸다고 치면 △내년엔 9% 할인을 받은 91 △내후년엔 여객수 증가분 9%를 합한 99.2, 3년간 총 290.2를 내야한다.

그런데 공항의 제시대로 할인을 받을 경우 △올해 6개월 20% 할인을 받은 90 △내년엔 9%의 절반인 4.5% 할인폭만 적용한 95.5 △후년엔 여객수 증가분 9%를 포함한 104.1, 3년간 총 289.6을 내게 된다. 할인을 받으나 안받으나 차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이 차라리 2단계 비상운영체계(일일여객 3000~7000명 상황 일주일 지속)를 선포해 면세점 문을 아예 닫아줬으면 좋겠지만, 이도 결정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

이미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인천공항 일평균 이용객은 5654명으로 조건은 충족됐다. 지난 20일에는 2001년 인천공항 문을 연 이후 역대 최저치인 2000명대까지 떨어졌다. 면세점들은 미칠 노릇이다.



인천공항 면세점(대기업3사) 4월 매출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임대료, 고정비용(인건비 등)으로 약 1000억원 이상 적자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입국장 전광판이 꺼져 있다.이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없다. 2020.4.8/뉴스1(김포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입국장 전광판이 꺼져 있다.이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없다. 2020.4.8/뉴스1
인천공항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포, 김해국제공항에 입점한 롯데면세점은 월 51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장사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내게 생겼다.



지난 6일부터 국토교통부가 김포공항과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편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하면서 공항 문이 닫혔다.

김포·김해공항의 경우 2018년 이후 들어온 면세점은 매출과 연동한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지만 롯데면세점은 그 이전에 들어온 탓에 고정임대료를 내야한다. 정부 결정으로 공항이 셧다운됐지만, 임대료 조정은 없는 상태다.

면세업계의 곡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만 겪는 고통은 아닌데, 유독 우리 공항이 면세점에 '짠'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월부터 6개월간 고정 임대료 50%를 감면해주고, 스페인 공항공사는 임대료 면제, 미국 LA국제공항·덴버국제공항·마이애미국제공항 등은 매출연동제를 도입했다.

한국 면세산업은 지난해 매출 총 약 25조원(217억달러), 고용인력 3만2000명의 거대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조선 수주액(223억달러)과 비슷하며, 자동차 수출액인 431억달러의 50% 수준에 달한다.

어렵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운 면세산업을 이대로 무너뜨릴 순 없다. 면세점은 공항의 주요 수익원이자, 중요 파트너다. 기왕 선심을 쓸 거라면 제대로 통크게 써야 뒷날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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