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4.23/뉴스1
자꾸 듣는 곡소리가 지겨울 법도 하지만, 정말 심각하다. "차라리 모두 문을 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란 얘기도 나온다. 손님은 없는데 수백억 임대료가 쌓여가는 면세점들의 한숨이 깊다.
지난달 기준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3개사 면세점의 월 임대료는 신세계 약 365억원, 신라 약 280억원, 롯데 약 193억원 등 총 84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평균 매출액은 총 1억원 정도뿐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단서를 달았다. 올해 6개월 한시 인하해주는 대신 내년 할인 혜택폭은 없애겠다는 것. 인천공항은 최소보장금(낙찰가)에 전년도 여객증감률에 따라 임대료를 최대 ±9% 낸다.
가령 원래대로 △올해 100 정도의 임대료를 낸다고 치면 △내년엔 9% 할인을 받은 91 △내후년엔 여객수 증가분 9%를 합한 99.2, 3년간 총 290.2를 내야한다.
그런데 공항의 제시대로 할인을 받을 경우 △올해 6개월 20% 할인을 받은 90 △내년엔 9%의 절반인 4.5% 할인폭만 적용한 95.5 △후년엔 여객수 증가분 9%를 포함한 104.1, 3년간 총 289.6을 내게 된다. 할인을 받으나 안받으나 차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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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천공항이 차라리 2단계 비상운영체계(일일여객 3000~7000명 상황 일주일 지속)를 선포해 면세점 문을 아예 닫아줬으면 좋겠지만, 이도 결정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
이미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인천공항 일평균 이용객은 5654명으로 조건은 충족됐다. 지난 20일에는 2001년 인천공항 문을 연 이후 역대 최저치인 2000명대까지 떨어졌다. 면세점들은 미칠 노릇이다.
인천공항 면세점(대기업3사) 4월 매출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임대료, 고정비용(인건비 등)으로 약 1000억원 이상 적자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입국장 전광판이 꺼져 있다.이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없다. 2020.4.8/뉴스1
지난 6일부터 국토교통부가 김포공항과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편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하면서 공항 문이 닫혔다.
김포·김해공항의 경우 2018년 이후 들어온 면세점은 매출과 연동한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지만 롯데면세점은 그 이전에 들어온 탓에 고정임대료를 내야한다. 정부 결정으로 공항이 셧다운됐지만, 임대료 조정은 없는 상태다.
면세업계의 곡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만 겪는 고통은 아닌데, 유독 우리 공항이 면세점에 '짠'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월부터 6개월간 고정 임대료 50%를 감면해주고, 스페인 공항공사는 임대료 면제, 미국 LA국제공항·덴버국제공항·마이애미국제공항 등은 매출연동제를 도입했다.
한국 면세산업은 지난해 매출 총 약 25조원(217억달러), 고용인력 3만2000명의 거대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조선 수주액(223억달러)과 비슷하며, 자동차 수출액인 431억달러의 50% 수준에 달한다.
어렵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운 면세산업을 이대로 무너뜨릴 순 없다. 면세점은 공항의 주요 수익원이자, 중요 파트너다. 기왕 선심을 쓸 거라면 제대로 통크게 써야 뒷날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