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부촌’ 마지막 퍼즐, 축구장 28개 면적 재개발 온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4.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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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신도림293 일대 준공업지역, 2700가구 대단지 재개발

재개발을 추진 중인 신도림 293 지역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재개발을 추진 중인 신도림 293 지역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구로구 신도림동은 1960년대부터 형성된 공장이 밀집한 공업지역이었다. 한때 등록된 공장만 300개가 넘었고 시내에서 환경공해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을 정도로 주거지로써 매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하철 1·2호선이 지나는 신도림역 일대는 하루 유동인구만 50만명에 달한다. 역 앞에는 쉐라톤호텔, 현대백화점 등이 있는 초대형 복합시설 디큐브시티가 조성됐고 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약 1만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돼 있다.

편리한 교통과 쾌적한 주거 환경이 시너지를 내면서 가격대는 이미 ‘탈(脫)구로’급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신도림동 아파트값은 3.3㎡당 2765만원으로 구로구 평균보다 약 40% 높다. 인접한 양천구와 영등포구 양천구 집값과 비교하는 게 현실적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축구장 28개 합친 부지에 초고층 아파트 단지 조성
이런 신도림동의 가치를 더 높여 명실상부 ‘부촌’ 반열에 오르게 할 초대형 재개발이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신도림동에 남은 마지막 준공업지역 ‘신도림 293’ 재개발 사업이다.

축구장 약 28개를 합친 19만6648㎡ 규모 부지에 오래된 금속공장과 단독·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다. 안양천과 서부간선도로에 접해 있고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지하철 2호선 도림천역과 신도림역 등도 가깝다. 지금은 주변 아파트촌에 둘러 쌓여 외부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재개발이 되면 지역 랜드마크로 거듭난다.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 재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설계안에 따르면 지하 2층~지상 최고 42층, 2722가구(일반분양 2219가구) 대단지 아파트와 지하 2층~지상 최고 18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 3개동이 들어선다.


이 구역은 2012년 10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주민 갈등으로 여러 추진체가 난립했고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 맞물린 탓이다. 2015년 조합 설립이 필요 없는 ‘토지 등 소유자 방식’으로 바뀌면서 사업이 다시 물꼬를 트게 됐다.

신도림 293 재개발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신도림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신도림 293 재개발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신도림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
연내 사업시행인가 목표…총사업비 1.5조~2조원 추정
현재 추진위원회와 주민대표회의 두 곳이 먼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 경합한다. 사업 초기에 출범한 추진위원회는 대림·롯데·대우 등 3개사를, 2015년 결성된 주민대표회의는 현대ENG·포스코·GS 등 3개사를 공동시행사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선 토지 소유주 75%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구로구청에 따르면 신도림 293 지역의 토지 소유주는 약 1000명 안팎이다. 추진위와 주민대표회의 모두 현재 약 60%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설계안을 만들었다며 정통성을 강조한다. 주민대표회의는 그동안 사업이 지연된 책임이 추진위에 있다며 주민들을 설득 중이다. 양측 모두 연내 사업시행인가 통과를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1조5000억~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신도림 293 지역 내부. 소규모 공장과 노후 주택이 밀집했다. /사진=유엄식 기자신도림 293 지역 내부. 소규모 공장과 노후 주택이 밀집했다. /사진=유엄식 기자
재개발 기대감에 땅값 오름세, 2년 만에 최대 50% 올라
재개발 기대감에 일대 땅값도 많이 올랐다.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2018년 평(3.3㎡)당 2000만원 내외였던 시세는 최근 2500만~3000만원 선으로 뛰었다. 2년 만에 최대 50% 가량 오른 것이다. 최근 재개발 후 분양권을 염두한 소형 매물 투자 문의도 이어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신도림 293 지역에 위치한 대지면적 69㎡, 연면적 27㎡ 소형 단독주택이 5억7000만원에 팔렸다. 재개발이 표류한 2014년 인근에 대지면적 148㎡, 연면적 130㎡ 규모 단독주택이 5억8000만원에 팔린 점을 고려하면 시세가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신도림 우성1.2.3.5 단지 앞에 리모델링 사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신도림 우성1.2.3.5 단지 앞에 리모델링 사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과 재건축도 활발…재개발 시너지 기대
신도림동에선 293 재개발 외에도 기존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과 재건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우성 1·2·3·5차 단지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 단지’로 선정됐다. 지난 3월 정비와 설계업무를 맡을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 4개 단지 현재 700여가구인데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 수가 약 15% 늘어날 전망이다.

1989년 준공된 미성아파트는 2008년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을 중단한 뒤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재건축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단지는 최고 14층, 6개동, 824가구 규모에서 재건축으로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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