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마스크라도 사고보자" 중국에 줄선 비행기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4.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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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불량품’ 논란에도 중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각국 수요가 높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폴리티코는 각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중국산 의료기기를 사들이기 위해 중국에 몰려들면서 공항엔 비행기 적체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스크를 쓴 시민/사진=AFP마스크를 쓴 시민/사진=AFP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인 데 반해 미국과 유럽에선 감염자가 계속 나오면서 방호복과 마스크, 산소호흡기 등 의료용품이 모자란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수입에 나서면서 중국으로 전세기를 보내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늦게 오는 바람에 비행기가 텅 빈 채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고위관리는 폴리티코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6개국 항공기가 물자를 싣지도 못하고 중국에서 떠났다”고 했다.

비행기가 빈 채로 귀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국 공항의 엄격한 시간제한 때문이다. 각국 수송기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검문·검역 시간이 지체돼 물자를 싣기도 전에 떠나게 되는 것이다. 수송 경쟁으로 중국 상하이 공항에 내리고 뜨는 항공편 수가 평소의 4배로 뛰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는 마치 '미국 서부 시대‘ 같다고 표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0일 비행기 2대가 빈 상태로 캐나다에 돌아온 건 중국산 의료물자 확보를 둘러싼 (전 세계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가 가로채지 못하게 물품 대금을 선지급하기도 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이를 위해 2억5000만 캐나다달러(2174억 원)를 마련했다.

중국산 의료품이 연달아 '불량'이나 '기능 저하'를 보여 비판받던 것과는 딴판이다. 앞서 중국이 세계 각국에 수출하거나 지원한 의료물품에서 오류가 확인돼 신뢰성 문제가 대두됐다.


방호복과 마스크를 쓴 의료진/사진=AFP방호복과 마스크를 쓴 의료진/사진=AFP
이날도 인도 정부가 중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항체검사에서 상당한 오류를 나타내면서 사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했다. 인도는 이달 초 중국에서 진단 키트 5억 개를 사들였다. 인도 보건부는 중국산을 대체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네덜란드는 중국에서 마스크 130만 장을 수입했는데 1~2차 품질 검사에서 기준 미달이 확인돼 사용을 중단했다. 필리핀도 중국이 기증한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정확도가 떨어지는 걸 확인하고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발생했다.

불량 논란에도 사수 경쟁이 치열한 건 중국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의료품 수량이 압도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하루에 마스크 1억1600만 장 이상, 방호복 20만 장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공호흡기도 2월 한달에만 1만5000개를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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