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 하락시 740억씩 버는 회사는?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4.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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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 하락시 한전 영업익 740억 개선, 화학·항공·조선 등에도 유가하락이 '호재'

(서울=뉴스1) =한국전력 직원들이 열화상 진단장비를 활용하여 전력설비를 진단하는 모습.(한전 제공) 2020.3.1/뉴스1(서울=뉴스1) =한국전력 직원들이 열화상 진단장비를 활용하여 전력설비를 진단하는 모습.(한전 제공) 2020.3.1/뉴스1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유가 급락의 수혜를 보는 기업들이 있다. 원유 사용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들인데 유가 급락에 따른 원가 절감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도 관련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이 한국전력 (20,450원 ▼450 -2.15%)이다. 한국전력은 전기의 상당수를 화력발전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국제 유가가 떨어질수록 화력발전 원료로 쓰이는 유연탄 가격 등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화력발전을 위한 연료 구입비로 총 16조3500억원을 사용했는데, 이중 유연탄 구입이 11조1762억원, LNG(액화 천연가스)가 4조3040억원으로 전체의 68.4%, 26.3%를 차지한다. 유연탄과 LNG 가격은 대체로 국제 유가와 비슷한 가격 흐름은 보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연탄 가격은 톤당 61.08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4.6% 하락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MMBtu(천연가스 열량 단위, 약 25만Kcal)당 1.9달러 선으로 1년 전보다 20.8% 떨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전세계적 에너지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석유 재고는 쌓이면서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다른 연료 가격의 하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전력 입장에서 연료 가격의 하락은 원가 절감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두바이 유가가 1% 하락할 때마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740억원씩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실적개선 기대감에 한국전력의 주가는 급반등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충격으로 한국전력 주가는 올해 초 2만8500원에서 지난달 19일 1만6250원으로 43% 급락했지만, 23일 종가는 2만3200원으로 저점 대비 42.8% 상승했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분은 오는 7~8월 국내 LNG 가격 급락으로 이어져 SMP(한국전력이 전기를 사들이는 비용) 및 연료비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올해 3년만에 대규모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가공해 각종 화학원료롤 생산하는 NCC 업체들도 수혜업종으로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NCC 업체들 중에서도 롯데케미칼 (102,700원 ▼5,100 -4.73%)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분석한다.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벤젠, 톨루엔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또 기초유분을 이용해 합성수지 등의 원료인 모노머 제품과 플라스틱 등의 원료인 폴리머 제품도 생산한다. 기초유분, 모노머, 폴리머 모두 가장 기본이 되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분기에는 이미 고가에 구입한 원유로 인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지만 급락한 유가가 원가에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94% 감소한 159억원이 예상되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1103% 증가한 19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 업종도 대표적인 유가 하락 수혜 업종이다. 항공 운항비용의 상당수가 원유 가격에 연동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타격이 워낙 커 유가 하락의 수혜를 누리긴 어렵지만, 하반기 이후 항공수요만 회복되면 탄력적인 이익 개선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유가 하락이 조선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낮아진 석유 가격은 석유 해상 물동량을 늘리고 이것이 탱커 선사들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탱커선박 발주 여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선박엔진 제조업체 HSD엔진 (11,000원 ▲290 +2.71%)을 주목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소들의 선박 건조량이 견조하게 늘어나고 있어 올해 1분기 HSD엔진의 영업실적은 당초 예상치를 상회하는 7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지난해말 기준 수주잔량은 1조3000억원으로 1.6년치의 일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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