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21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WTI 선물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0.4.21/뉴스1
투자자들은 거래정지로 돈을 제때 빼갈 수도 없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반면 거래소 측은 투자자보호와 공익실현을 위한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특히 거래소는 ETN가격과 시장지표간 괴리율이 수백 퍼센트(%)로 벌어진 상황에서 신규투자자의 추가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다음주 중 거래중지 상태였던 삼성·QV 레버리지ETN이 거래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괴리율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17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이들 세 종목의 괴리율은 여전히 폭증했고 주말이 지난 20일부터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정지후 재개일(17일)에도 괴리율이 높은 종목에 대해서는 괴리율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거래소가 인정하는 날까지 거래정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21일 유동성공급을 위한 물량을 추가 상장하며 유일하게 거래가 재개됐지만 21~22일 이틀동안 IIV 값이 폭락했다. 원유공급과잉과 변동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표가치 값이 10분의 1토막이 나면서 괴리율이 수백~수천%로 벌어졌다. 결국 거래소는 신한ETN과 함께 미래에셋ETN을 오는 23일과 24일 양일간 거래를 정지하고 오는 27일 거래를 재개키로 했다. 여전히 삼성과 QV(NH투자증권) ETN은 지난 20일 이후 4일째 거래정지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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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가 제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
삽화,주식시황1,하락,2,개미,투자자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정상적인 호가'는 ETN이 거래되는 시장가격과 ETN이 실제 추종하는 지표가치와의 괴리율이 낮은 상황에서 제출할 수 있다. IIV값의 6% 내외에 해당한다. 지난 22일 신한 레버리지ETN의 경우 IIV값이 60원대를 맴돌았는데, 최대 6%를 적용해도 63~64원선의 매도주문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반면 이날 ETN은 650원에 거래되며 10배 뻥튀기된 가격이 형성됐다.
LP는 ETN 가격과 원유선물 지표가격을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데 현재 괴리율로는 이같은 가격조정기능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장가격의 하한선이 IIV값을 크게 웃돌면서 LP가 호가를 내고 싶어도 하한가에 막혀 낼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와 함께 거래소가 강조하는 거래정지 근거는 공익실현과 투자자보호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다른 주식과 마찬가지로 시장관리상 긴급한 경우에 공익과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거래를 정지시킬 수 있다"며 "현재 레버리지ETN은 과수요 또는 과도한 투기세력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장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손절'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죠"
원유ETN 종목을 토론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한 투자자는 "조용히 나갈테니 탈출기회는 달라. LP가 가격조정을 못해도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 괴리율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며 "큰 마음 먹고 투자한 돈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고통스럽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가격조정을 통해 괴리율 축소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소송전을 벌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냈다. 한 투자자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ETN이 이렇게 위험하다는 것을 제대로 고지받지도 못했다"며 "집단소송에 동참할 분을 구한다"고 밝혔다.
거래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거래소는 증권사와 추가발행 일정을 협의하며 거래재개일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째 거래정지 상태인 삼성과 QV ETN의 경우 다음주중 추가상장을 통한 거래재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주 시장상황을 보면 거래를 풀게 될 경우 무모한 개인들이 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거래정지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