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갑질 '종합세트' 삼성중공업...공정위, 검찰 고발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4.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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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사진제공=삼성중공업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하도급대금을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지급하고, 일방적으로 깎는 등 갑질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36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신고가 다수 접수된 점을 고려, 3년의 하도급거래 내역을 조사해 제재를 확정했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7월 선체 도장(페인트칠) 단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년대비 일률적 비율로 인하해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0개 선체 도장 업체에 409건 공사를 위탁하면서 5억원 하도급대금을 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중공업은 2015~2018년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95개 하도급업체에 2912건 수정추가 공사(사전계획된 본 공사와 구분되는 작업)를 위탁했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 하도급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중공업 생산부서는 물량 계량이 불가능한 공사의 경우 실제 투입 공수(작업 물량을 노동시간 단위로 변환한 것)보다 낮게 수정추가 공수를 산정했다. 이후 예산부서 등의 검토를 거치며 합리적·객관적 근거 없이 하도급대금을 추가 삭감했다. 제조원가와 하도급대금 간 차이는 13억원으로 산정됐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이번 사건 공수 계약의 하도급대금은 공수와 직종단가(직종별로 결정한 1공수당 단가)를 곱해 결정했는데 삼성중공업은 공수를 임의로 적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하도급대금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5~2018년 기간 협력사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142개 사외 협력사에 제조를 위탁한 선박부품(6161건)에 대해 임의로 취소·변경했다. 설계변경, 선주 요구 등으로 위탁한 품목이 필요 없어지거나 수량이 줄어들었을 때 해당 품목 발주를 취소·변경한 것이다. 이 회사는 위탁변경시스템을 통해 협력사에 위탁 취소·변경에 대한 동의 여부만 선택하도록 했을 뿐, 협력사가 입게 될 손실 등에 대한 협의 절차는 없었다.


삼성중공업은 2013~2018년 기간 206개 하도급업체에 3만8451건의 선박, 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 시작 후 발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삼성중공업의 계약시스템 운용상 문제로 겉으로는 계약서면 지연발급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자서명 완료일, 최초 공사실적 발생일 등을 추가 조사해 위법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를 대상으로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직권조사해왔다. 작년 말 현대중공업에 이어, 이번 삼성중공업까지 제재를 확정하면서 대우조선해양만 남게 됐다.

윤 국장은 “작년 6월 현대중공업, 7월 삼성중공업, 8월 대우조선해양 관련 사건을 심의에 상정했다”며 “대우조선해양 사건도 조만간 심의를 거쳐 제재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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