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 마디에… 하버드대 '코로나 지원금' 포기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4.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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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리그인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가 연방정부로부터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를 향해 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진=AFP미국 하버드대학교. /사진=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 Act)'의 고등교육기관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우리도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심각한 재정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정치인과 다른 사람들이 하버드에 관심을 쏟는다면 앞으로 몇달 동안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심각할 수 있는 학생과 기관을 돕기 위해 의회가 만들고 대통령이 서명한 구제 노력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는 당초 연방정부로부터 860만달러(약 106억원)를 받을 예정이었다. 미국 의회가 지난달 말 통과시킨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 법안에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지원 명목으로 215억달러(약 26조 4400억원)이 포함됐고 하버드대에게도 지원금이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수십조원대 기금을 보유한 아이비리그 대학이 지원금을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지자 대학 측에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400억달러가 넘는 재단기금이 있는 하버드가 우리 돈을 받았다"며 "그 돈을 돌려줘야 한다. 돌려주지 않으면 내가 뭔가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돈은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지, 가장 부유한 교육기관을 위한 돈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크림슨에 따르면 지난해 하버드대 재단은 총 409억달러(약 50조3200억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날 하버드 법학대학원 출신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하버드는 이미 부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다. 당장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각각 740만달러와 240만달러를 받을 예정이었던 스탠퍼드대와 프린스턴대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통해 교육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장 많은 지원금이 할당된 코넬대와 컬럼비아대는 아직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두 대학은 교육지원금으로 각각 1280만달러(약 157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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