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산 시전집은 윤 교수가 원작의 주제를 해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고쳐 쓰고, 각 권의 말미에 창작 당시 자서전과 시론을 덧붙였다.
운만 따랐던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한국문학도서관을 구축하려다 스트레스로 인해 2009년 뇌수막종 수술을 하고 2014년 후두암으로 성대를 절제해 목소리를 잃었고, 2017년에는 만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했다.
그의 시 ‘말’의 한 대목을 보자.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그러나 말해야 한다. 끝없이 짓누르는 불안한 침묵이/나를 내 안에 가두고, 나를 나 아니게 만든다’
윤석산 시인을 문학잡지(‘시문학’)에 추천한 고 김윤성 시인은 윤 시인의 시에 대해 ‘연작시 형태로 하나하나를 떼내어 보면 우연의 소산 같지만 전체로는 상호 연결되어 큰 세계의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했다.
윤석산 시인이 추가로 전집형태로 펴낼 7시집('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통증')에는 후두암으로 성대를 잘라낸 뒤 분노하지 말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쓴 작품들이라는 설명이 덧붙는다. 목소리를 잃은 그는 이렇게 시 ‘말’을 맺는다. ‘저기 정원 한구석 조용히 흔들리는 꽃처럼/우리는 그 방법으로 말해야 한다’
윤 시인은 이번 봄에 4권을 1차로 냈고 여름에 제 5 ~ 8시집을 덧붙여 전집을 완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