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산(尹石山) 교수, 시전집을 자서전으로 풀어내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20.04.23 10:45
글자크기

‘자서전을 덧붙여 고쳐 쓴 윤석산(尹石山) 시전집’ 발간

윤석산(尹石山) 교수, 시전집을 자서전으로 풀어내다


1970년대 초반부터 교육 현장과 시단을 변함없이 지켜온 윤석산 제주대 명예교수가 최근 ‘자서전을 덧붙여 고쳐 쓴 윤석산(尹石山) 시전집(도서출판 시와 실천 펴냄)’을 발간했다.



1977년 펴낸 시집(아세아의 풀꽃)을 1권으로, 자서전과 시작노트 등을 1차로 묶어낸 시전집이긴 하지만 그는 고쳐서 펴낸다고 했다. 문학과 인생은 ‘거기 어디 있는게 아니라 찾아가는 가정’이라며 스스로 완성하고 뒤늦게 깨달은 것들을 전해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윤석산 시전집은 윤 교수가 원작의 주제를 해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고쳐 쓰고, 각 권의 말미에 창작 당시 자서전과 시론을 덧붙였다.



그는 스스로를 늦되고 운좋은 사람이라고 칭했다. 농사꾼 집안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다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은 가장이었지만 서른살 나이로 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뒤에는 다시 고등학교 교사로, 대학원을 마치면서는 제주대 교수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운만 따랐던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한국문학도서관을 구축하려다 스트레스로 인해 2009년 뇌수막종 수술을 하고 2014년 후두암으로 성대를 절제해 목소리를 잃었고, 2017년에는 만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했다.

그의 시 ‘말’의 한 대목을 보자.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그러나 말해야 한다. 끝없이 짓누르는 불안한 침묵이/나를 내 안에 가두고, 나를 나 아니게 만든다’


윤석산 시인을 문학잡지(‘시문학’)에 추천한 고 김윤성 시인은 윤 시인의 시에 대해 ‘연작시 형태로 하나하나를 떼내어 보면 우연의 소산 같지만 전체로는 상호 연결되어 큰 세계의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했다.

윤석산 시인이 추가로 전집형태로 펴낼 7시집('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통증')에는 후두암으로 성대를 잘라낸 뒤 분노하지 말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쓴 작품들이라는 설명이 덧붙는다. 목소리를 잃은 그는 이렇게 시 ‘말’을 맺는다. ‘저기 정원 한구석 조용히 흔들리는 꽃처럼/우리는 그 방법으로 말해야 한다’

윤 시인은 이번 봄에 4권을 1차로 냈고 여름에 제 5 ~ 8시집을 덧붙여 전집을 완성할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