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불매운동에 코로나까지…무인양품, '처치곤란' 재고 쌓였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4.2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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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재고자산 1054억엔으로 전년 대비 2배 증가…"수요예측 실패 상상 이상"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무인양품(MUJI)이 한국에서의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감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매출 감소 등으로 무인양품에 재고가 무겁게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전세계 대부분 무인양품 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되거나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 전국에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내려진 일본에서는 전체 437개 매장 가운데 271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125개 매장은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 유럽 및 미국 시장에서도 스웨덴 점포 1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중국 내 273개 매장은 모두 영업을 재개했지만 지난 2월 초부터 138개 매장이 한달 넘게 휴업했던 터라 실적에 대한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의 무라타 다로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의 악영향은 상상 이상이었다"며 "무인양품은 가격 인하 판매로 인한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매출 감소로 인해 무인양품의 재고는 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무인양품의 재고자산회전율은 4.5회로 전년 동기에 비해 0.5회 떨어졌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기업의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무인양품의 총 재고자산은 1054억엔(약 1조2078억원)으로, 전년 기말에 비해 2배나 늘었다. 무인양품은 이 중 약 200억엔(약 2292억원)을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과잉재고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고가 쌓였다고 해서 마냥 싸게 팔 수도 없다. 무인양품의 마츠자키 아키라 사장은 지난 9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월상품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방침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판매는 무인양품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서다.

골드만삭스의 코노 쇼 애널리스트는 "저가 판매로 브랜드 가치가 일단 손상되면 가격대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며 "같은 SPA 브랜드라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유니클로에 비해 가격인하로 인한 브랜드 훼손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무인양품은 주식시장에서의 고전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인양품(MUJI)을 운영하는 '료힌게이카쿠'(양품계획)는 21일 일본 도쿄 증시에서 마감 기준 주당 1184엔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초까지만 해도 2600엔대를 유지하던 무인양품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에서의 불매운동과 홍콩의 정세 불안, 국내 소비세 인상 등으로 악재에 휩쓸렸다"며 "이로 인해 수요 예측을 잘못해 과잉재고가 쌓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인양품이 이 시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코로나 이후의 중장기적인 성장 시나리오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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