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한진중공업…'싸늘한' 조선업계 반응, 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4.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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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사진제공=한진중공업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사진제공=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 (3,285원 ▼20 -0.61%)이 매물로 나온다. 매각을 위한 경영정상화를 일정 부분 이뤘다는 채권단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을 매물로 내놓아도 인수할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조선업계 판도를 뒤흔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초대형 합병이 추진 중인데다 업황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이날 한진중공업의 M&A(인수합병)에 동의하는 결의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내 채권단 은행 중 지분 비율로 75% 이상 동의하면 한진중공업은 매각을 추진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중공업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16.14%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10.84%), NH농협은행(10.14%), 하나은행(8.90%), 국민은행 (7.09%), 한국수출입은행(6.86%) 등이 주요 주주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2월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의 부실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국내 채권 은행과 필리핀 채권은행으로 구성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기존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와 계열사 보유주식을 전량 무상감자하고 6870억원 규모의 채무를 출자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한진중공업 경영에서 손을 뗐다.

채권단이 한진중공업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은 일정 부분 경영정상화를 이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은 매출을 전년도와 비슷하게 유지하며 8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부실 뇌관이었던 수비크조선소와의 지분 관계도 모두 끊어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매각에 대한 조선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1937년 부산 도심 한가운데 건설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부지 규모가 26만m²에 불과할 만큼 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는데다 중소형 선박은 건조 경쟁력측면에서 이제 중국에 완전히 밀리는 상황"이라며 "한진중공업 인수를 검토할 조선업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선업계 판도를 뒤흔들 빅딜이 예정된 것도 한진중공업 매각 타이밍이 좋지 않은 이유다. 그나마 인수 여력이 있는 기업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추진 중이어서 또 다른 조선소 인수에는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삼성중공업도 인수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 세계 조선업 시황도 최악이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보다 78% 급감한 상태다. 조선·해운 시황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선박 발주 규모를 756척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발주 물량보다 23.4% 줄어든 수치다. 일각에서는 시황이 사상 최악이었던 2016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을 건설부문과 합쳐 매각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만약 분할 매각이라면 조선부문 매각이 쉽지 않아 채권단의 고민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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