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사진제공=한진중공업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이날 한진중공업의 M&A(인수합병)에 동의하는 결의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내 채권단 은행 중 지분 비율로 75% 이상 동의하면 한진중공업은 매각을 추진한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2월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의 부실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국내 채권 은행과 필리핀 채권은행으로 구성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기존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와 계열사 보유주식을 전량 무상감자하고 6870억원 규모의 채무를 출자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한진중공업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매각에 대한 조선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1937년 부산 도심 한가운데 건설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부지 규모가 26만m²에 불과할 만큼 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는데다 중소형 선박은 건조 경쟁력측면에서 이제 중국에 완전히 밀리는 상황"이라며 "한진중공업 인수를 검토할 조선업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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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조선업계 판도를 뒤흔들 빅딜이 예정된 것도 한진중공업 매각 타이밍이 좋지 않은 이유다. 그나마 인수 여력이 있는 기업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추진 중이어서 또 다른 조선소 인수에는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삼성중공업도 인수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 세계 조선업 시황도 최악이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보다 78% 급감한 상태다. 조선·해운 시황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선박 발주 규모를 756척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발주 물량보다 23.4% 줄어든 수치다. 일각에서는 시황이 사상 최악이었던 2016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을 건설부문과 합쳐 매각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만약 분할 매각이라면 조선부문 매각이 쉽지 않아 채권단의 고민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