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세계화의 판도가 달라진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4.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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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①-4]1류 국가에서 만드는 1류 상품의 경쟁력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AFP/사진=AFP



"나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자석(employment magnet)'이 되길 원한다. 기업들이 떠나는 걸 훨씬 어렵게 만들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한 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됐던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한층 속도가 붙었다.



미국의 리쇼어링 전문 비영리기구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년 오바마 정부가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외치며 리쇼어링에 불을 지핀 이후 9년간 총 3327개 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연평균 369개다. 미국에 다시 공장을 연 기업들이 9년간 새로 만든 일자리 수는 34만7236개에 이른다.

가장 큰 유인책은 법인세 감면 정책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법인세를 38%에서 28%로 낮추고 유턴기업의 공장 이전 비용을 20% 보조해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나아가 법인세율을 최고 21%까지 내리고 과감한 세제 지원책을 펼쳤다.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특히 미국의 리쇼어링이 성공적인 건 일자리의 '품질'에 있었다. 지난 9년간 리쇼어링과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새로 생긴 일자리 75만 개 중 32%가 하이테크 기술 기반의 일자리였다. 기술 수준이 낮은 로우테크 일자리는 21%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15개 주에 분포한 정부, 산업계, 학계의 협업 인프라인 미국 제조프로그램(MUSA) 연구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15개 연구소는 로봇공학, 인공지능 등 각각 특정 첨단 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추며 첨단 기술기업이 미국 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리쇼어링을 통해 미국에 만든 일자리가 2만2200개, GM은 1만2988개, 보잉 7725개, 포드 4200개, 인텔 4000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월 3.5%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도 '아베노믹스' 일부로 국가전략특구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율을 2013년 34.6%에서 현재 23.4%로 낮췄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로 돌아오는 기업에도 규제 혜택과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도요타·혼다·닛산과 캐논, 파나소닉, 샤프 등 전자기업들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로 공장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제조업 강국 독일 역시 자국의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와 연구개발(R&D) 보조금으로 자국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고 있다. 법인세율 완화(26.4%→15.8%)와 규제 하나를 추가하면 하나를 없애는 정책도 추진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세계화의 판도가 달라진다
최근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각국 정부들은 리쇼어링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고 있다. 지난 10일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의 각종 비용을 100% 지원하는 것은 매우 좋은 정책"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유턴할 수 있도록 일정 시한을 정해 필요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지난 7일 중국을 떠나려는 자국 기업의 이전을 돕기 위해 총 2435억엔(약 2조717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자국 복귀를 원하는 부품·소재 분야 대기업에 생산 공장 이전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겠다는 유턴 지원책을 내놨다.



전문가들도 리쇼어링이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에 수그러든 경제를 되살리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다 샌더스 노스이스트대 다모어-맥킴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으로 더 많은 제조업을 복귀시키고 사람들을 다시 일하게 할 것"이라면서 "연방정부의 저금리 대출과 세제혜택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일자리를 가져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 지역에 물자를 집중시키는 것의 취약성을 노출했다. 기업들은 한 바구니 안에 있는 계란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다변화하고 이곳 미국에서 제조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세계화 흐름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비타 자보치키 교수는 "세계화는 제조된 상품을 전세계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아이디어, 정보를 이동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도 "리쇼어링의 확산이 세계화의 끝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세계는 우리가 지난 30년동안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더 제한적인 형태의 글로벌 통합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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