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개점휴업'인데…파라다이스, 카지노 시동 건 이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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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20일부터 영업재개…매출 타격 최소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대비 포석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사진=파라다이스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사진=파라다이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동반 휴업에 들어갔던 외국인 카지노 양대산맥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파라다이스의 행보가 사뭇 다르다. GKL의 동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파라다이스는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당장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도 영업재개 카드를 꺼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지노 산업이 셧다운된 상태다. 지난 2월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며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휴업에 돌입한 이후, 지난달 24일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GKL과 파라다이스도 운영을 중단하고 일시 휴업에 나섰다.



내외국인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강원랜드와 달리 외국인 대상 사업이란 점에서 GKL과 파라다이스의 휴업은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달 방한 외국인이 전년 대비 95% 감소하며 입장객이 사실상 '제로(0)'나 다름 없는 최악의 업황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파라다이스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기간이 내달 5일까지 연장되면서 GKL과 함께 휴장을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하지만 GKL이 휴업연장을 결정한 것과 달리 파라다이스는 지난 20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그 동안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적극 협조해왔다"며 "방역을 더욱 강화하고 감염우려를 최소화해 영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韓 '방역 모범국' 상황도 호재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사진=파라다이스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사진=파라다이스
두 업체의 상반되는 행보는 사업 기반과 매출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다. GKL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카지노 공기업으로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주 고객층이 개별여행객(FIT) 바탕의 매스(Mass)고객이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시점에선 문을 열더라도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다를 바 없다. 휴업이 지속되는 이유다.

반면 파라다이스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시점에서 다른 유흥시설도 문을 열고 있기 때문에 영업재개에 큰 부담이 없다. 또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 등 VIP '큰 손'들의 매출 비중이 높아 인바운드 등락의 여파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단 평가다.

무엇보다 카지노와 호텔·복합리조트업을 영위, 고정비가 큰 업태 상 장기화하는 매출 타격 부담이 컸다. 강원랜드와 GKL은 이번 휴업으로 각각 2600억원, 580억원의 매출손실이 예상되는데, 파라다이스의 타격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는 아예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동안 실적 고공행진 덕분에 쌓아둔 현금은 탄탄하지만, 장·단기 차입금 등 갚아야할 금액도 상당해 빠른 매출회복이 필요하다.


또 카지노가 관광산업 중 코로나 종식과 동시에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예측되는 거의 유일한 업종이란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도 필요하단 분석이다. 일본이 복합리조트 카지노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고, 연내 롯데관광개발이 제주에 대형 복합리조트 카지노를 개장해 동북아 카지노 강자의 지위를 공고히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한국의 방역 성과가 드러나는 상황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했다. 코로나로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등 글로벌 카지노 시장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사태 종식 기미가 보이며 차별화하고 있어서다. 현재 마카오와 필리핀은 외국인 입국이 어렵고 싱가포르도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 중국 등 카지노 VIP들이 갈 곳이 사라진 상태다. 하늘길이 열리는 동시에 이들이 한국으로 몰릴 수 있단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당장 영업을 재개한다고 해서 파라다이스의 매출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하늘길이 막혀 있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에 따르면 현재 매스 고객으로 분류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발길이 다수 있지만 매출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이 같은 관측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위험도 여전하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도 외국인 입국 시 2주 자가격리이긴 하지만 방역 역량을 감안하면 필리핀, 싱가포르보다 빨리 외국인 입국이 허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인 VIP들이 한국에만 올 수 있는 이슈가 단기간 발생하게 되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며 매출반등 가능성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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