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는 순차적인 롤오버(만기가 다가온 선물은 만기가 남은 선물로 교체하는 것)로 모든 DLS에 녹인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이지만 유가 연계 DLS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원유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5월물 만기를 앞두고 롤오버(5월물 매도-6월물 매수) 수요가 급증한 것이 5월물 가격을 마이너스까지 떨어트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통상 D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가격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레벨(보통 최초 가격의 40~50%)까지 떨어지면 최초가격 대비 만기 가격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 할 수도 있다.
최초가격보다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 상품 구조지만 최근 연이은 국제 유가 급락으로 DLS 손실 위험도 커졌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선이던 WTI는 3월초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 소식에 30달러선으로 급락했다. 3월말부터는 20달러선까지 내려오더니 급기야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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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하지만 DLS를 발행한 증권사들은 이 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유가 연계 DLS는 최근월물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보통 만기가 오기 며칠 전부터 순차적으로 롤오버하기 때문에 이번에 마이너스가 된 5월물을 기초로 한 DLS는 거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마이너스가 된 WTI 5월물은 이날이 만기기 때문에 이미 그 이전부터 4~5영업일에 걸쳐서 6월물로 교체한 상황"이라며 "문제가 된 5월물을 기초로 한 DLS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인한 녹인 우려는 없다는 설명에도 DLS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상품·원자재형 DLS 발행금액은 59억5970만원으로 올해 1월 397억원, 2월 330억원 대비 5~6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심지어 이달에는 단 1건의 발행도 없었다. 상품·원자재형 DLS의 대부분은 유가를 기초로 한 상품이다.
지난해 WTI 연계 DLS가 총 1조8891억원, 월평균 1574억원 어치 발행된 것을 감안하면 급격히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에는 DLS 기초자산 중 WTI가 6번째, 브렌트유가 8번째 규모에 해당할 정도로 유가 연계 DLS의 인기가 높았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유가 변동성이 워낙 커진 상태라 이와 연계한 DLS를 찾는 고객이 거의 없고 영업지점에서도 추천하지 않는다"며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유가 연계 DLS의 신규 발행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