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삼성그룹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긴급요청을 타전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한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 정부의 봉쇄 조치로 베트남 현지 생산라인의 개조작업을 담당할 기술진을 보내지 못해 발을 굴렀다.
삼성이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이자 베트남 수출의 25%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대재난 앞에서 베트남 정부의 후순위 고려사항으로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공조해 일부 인력을 보내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베트남 사례는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자국 중심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코로나19가 부른 신(新)고립주의 확산 속에서 기업 '리쇼어링'(기업의 모국 복귀, Re-Shoring)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유다. 특히 대기업의 귀환은 중소·중견기업의 산발적 유턴과는 양과 질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도 리쇼어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기본이고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로 돌아오는 기업에는 규제 혜택과 연구개발비까지 지원한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완성차업체와 캐논 같은 전자업체가 일본으로 공장을 옮겼다.
한국도 2013년 12월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유턴법)'을 시행하며 유턴을 장려했다. 그러나 수치로 본 결과는 처참하다.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9년여동안 리쇼어링 기업은 72곳에 그친다. 이마저 계획 번복이나 폐업 등을 감안하면 68개사에 그친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223,500원 ▲500 +0.22%) 단 1곳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중견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리쇼어링 기업수는 2016년 1개사, 지난해 4개사, 올해 2개사 등 총 7개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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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투심 돌릴 파격적 인센티브를 허하라
중국에서 설움을 당하고 있는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가 국내로 복귀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중국내 모든 생산기지의 문을 닫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식이 아니어도 된다. 앞으로 있을 추가 투자를 국내로 끌어올 수만 있어도 리쇼어링 정책은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법인세율 인하 같은 세제지원은 물론 수도권으로는 눈길도 못 돌리게 하는 입지 규제도 풀어야 한다. 대기업 노조의 반발은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력으로 대응하면 된다. 대기업의 수많은 협력사와 내수시장 확장성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리쇼어링만으로 중소·중견기업 수십 개사가 생기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돌아오라" 불러도 응답없다…처참한 투자환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28일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 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 참석에 앞서 코나 EV 배터리 시스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좀 더 실리적이고 절실한 접근법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를 살려 핵심 기업의 국내 유턴, 투자유치 등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리쇼어링. 한국기업 유턴. 이제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움직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