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 판세분석 보니 120석→102석으로…'막말'여파 컸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0.04.2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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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결과 관련 입장 발표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04.16.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결과 관련 입장 발표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사실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이 위태롭다 하는 게 저희의 솔직한 말씀”(4월13일,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엄살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 의식을 느껴 한 발언”(4월14일, 박형준 위원장)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4·15 총선을 사흘 앞둔 시점,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읍소했다. 통합당이 흐름을 빼앗긴 것은 맞지만 개헌 저지선(100석)까지 언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이 때문에 ‘엄살 작전’이란 해석이 나왓다.



동정표를 긁어 모으는 ‘언더독 효과’(약자인 팀을 응원하는 경향)를 노리는 전술이란 의미였다.

하지만 엄살이 아니라 진짜였다. 미래통합당은 자체 분석결과 지역구 의석수를 102석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막말파동' 등의 여파가 생각보다 선거 막판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통합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핵심관계자는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이전 조사에서 최대 120~130석 정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선거 막판 조사 결과 102석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부터 13일까지 총 4차례 판세 분석을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언론사에서 500명을 샘플로 잡는데 반해 여연은 조사 샘플을 1000명으로 잡았다. 숨겨진 '샤이보수'층의 응답을 잡아내기 위해 무선전화비율은 80%, 유선전화비율은 10%p(포인트) 높여 20%로 배분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나온 1차 판세분석결과에서는 지역구에서 최소 12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비례대표는 17~20석 정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합지역에서 조금 선전해준다면 지역구 130석까지도 가능해 과반의석을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2차 조사에서도 서울 광진을(오세훈), 동작을(나경원), 도봉을(김선동) 등은 민주당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1차 조사에서 지는 것으로 나타났던 충남 천안갑(신범철)도 5%포인트 앞서기 시작했고 4선 정우택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초반에 고전하던 청주 흥덕도 2%p내 접전까지 따라붙은 것으로 나왔다.

당시 여연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한다는 여론이 감지되긴 하지만 정권심판론도 강하다"며 "코로나 이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경제실정에 대한 정권심판 바람이 불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당시 통합당은 선거 운동 전략을 '바꿔야 산다'로 내걸고 정권심판론을 외쳤다.

그러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때로부터 일주일 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60곳의 경합지역과 100여곳의 열세지역에서 '상승'곡선을 그리던 그래프가 '하향'곡선으로 바뀌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오히려 지지세가 결집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마지막 판세분석에서는 지역구 의석수가 102석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개헌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고 말한 배경에는 이같은 분석결과가 깔려있었다. 통합당은 선거 슬로건도 '바꿔야 산다'에서 '폭주냐 견제냐'로 바꾸고 전략을 '정권심판'에서 '견제'로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여연은 102석으로 분석했고 당 사무처에서는 여연분석과 실제 각 시도당이 취합한 현지분위기 등을 종합해 이보다 더 낮춘 90석정도로 예상했다"며 "패배는 이미 판세분석에서도 예측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여연과 사무처의 분석결과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사전투표 결과에 대한 해석 차이에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연은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이 통합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연 관계자는 "60대 이상 인구가 4년전보다 200여만명 늘어난 반면 30~40대 인구는 110만명 줄었다"며 "이를 근거로 이번에는 투표율이 높아도 통합당에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본투표에서 이기고 사전투표에서 진 곳이 서울·경기에서만 20곳이 넘는다"며 "막판 김남국 후보의 막말파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발언이 실제 본투표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통합당의 '막말파동'이 사전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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