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앞으로도 국내 복귀를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2019.8.28/사진=뉴스1
지난해 8월 ‘집 나갔던’ 현대모비스가 돌아왔다. 맏형이 중국 공장 2곳을 닫고 울산에 새 공장을 열자 아우 격인 5개 중소·중견 현대차 협력업체도 함께 한국행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국내 최초 대기업 유턴 사례를 치켜세웠다. “국내 복귀를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겠다”며 전폭 지원도 약속했다.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정부의 유턴 유도정책은 대기업에 한해선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2013년 제정된 유턴기업 지원법(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은 중소·중견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성과가 미진하자 시행 5년 만인 2018년 ‘유턴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내놓았다. 보조금과 세제감면 등 대기업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가 핵심이다.
국내복귀기업 유형별 지원사항./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국내 내수시장이 작고 인건비와 규제 문제가 심각해 유턴이 매력적이지 않다”며 “규제 완화 등 환경 개선 없인 ‘괜히 들어왔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관심 못끄는 유턴정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여파로 중국산 자동차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10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정문 앞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11일부터 울산2공장을 시작으로 공장 가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2.10/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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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사태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전환할 새 기회가 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셧다운(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등 제조업 글로벌 공급망(GVC) 붕괴 위기를 목격한 세계 각국은 유턴 지원을 앞다퉈 강화한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해외진출 기업이 일본 내로 복귀할 경우 이전비용을 대기업은 절반, 중소기업은 3분의2까지 보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법인세 감면 등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에 사활을 걸어 온 미국도 자국으로 복귀하는 모든 사업장을 유턴기업으로 지원한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기업 지원대책 일환으로 유턴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폭 강화했지만 여전히 대기업들의 관심을 끌긴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울산 북구 중산동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발파 버튼을 누른 뒤 송철호 울산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울산시 제공) 2019.8.28/사진=뉴스1
제조기업 외에 지식서비스산업·정보통신업도 조세 감면, 고용보조금 지원, 산업단지 우선 배정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공유지 사용특례도 신설했다. 비수도권에 입주하는 유턴기업에 국·공유재산 장기임대(50년), 임대료 감면, 수의계약 등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조선기자재, 철강, 통신장비, 발광다이오드(LED) 부품, 주얼리, 식품 등 다양한 기업들이 코트라와 지방자치단체로 유턴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은 1곳도 없고 중견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지원대책 대전환 계기 삼아야
유턴법 시행(2013.12) 이후 국내 복귀 기업 수./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더 나아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떠나는 기업은 줄이고 돌아오는 기업은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기업 정서와 규제가 강하고 노동 유연성이 낮은 한국에 기업들이 투자하긴 어렵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기업들의 유턴 유인이 늘긴 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엔 국내 환경이 열악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