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면허 위해 빈 비행기라도 띄워야 한다? 답답한 조종사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4.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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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80, 지난달부터 운항 모두 멈춰 상황 심각…한국민항공조종사협회 통해 공식 요청 계획

대한항공 A380 여객기/사진제공=대한항공대한항공 A380 여객기/사진제공=대한항공


항공업계 조종사들이 항공기 운항면허 자격 유지 문제로 속을 태우고 있다. 운항면허를 유지하려면 정기적으로 항공기 이·착륙 운항을 해야 하지만 '코로나19(COVID-19)'로 항공기의 90%를 띄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종사들은 이전부터 면허 유지 조건을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종자 노동조합 연맹은 조만간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를 통해 국토교통부에 '조종사 자격유지 기준' 유예를 정식 요청할 방침이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국제항공기조종사협회(IFALPA)의 한국지부로 현재 3300명의 조종사들이 가입돼 있다.

국내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운항자격 유지를 위해 90일 이내 3회 이상 이·착륙 및 정기훈련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보유하고 있는 운항 면허가 아예 취소된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대형기종인 A380 조종사들의 운항 면허 유지다. 국내 도입된 A380은 총 16대로 대한항공이 10대, 아시아나항공이 6대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국제 노선 운항이 대부분 중단되며 이들 양대 국적항공사의 A380 모두 운항을 멈춘 상태다. 양대 항공사의 A380 조종사만도 380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의훈련장비(시뮬레이터)로 실제 이·착륙 및 훈련을 대체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시뮬레이터가 대한항공에만 있어 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종사들은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최악의 경우 A380에 조종사들만 태우고 운항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1회 운항에 수 천 만원의 비용이 드는 만큼 현 상황에서 운항 자격 유지를 위해 승객 없는 비행기를 띄우기란 쉽지 않다.


한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정부에서 신속히 유예를 결정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인데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다"며 "아무 조치 없이 5월로 넘어가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들은 지난 15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석해 이 같은 문제들을 충분히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이후 특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문제점들을 다 설명했는데도 담당 부처에 전달하겠다는 원칙만 돌아왔다"며 "민간항공조종사협회와 연계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다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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