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새벽배송 샛별로… 잘키운 자회사 덕 '실적 오아시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4.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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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오아시스' 모회사 지어소프트.. 마켓컬리 대비 시총 5분의1 저평가도 (종합)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코로나19에 전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 회사의 주식은 오히려 두달만에 70%가 상승했다. 새벽배송을 하는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오아시스의 모회사, 지어소프트 (7,950원 ▼50 -0.63%)다. 코로나19(COVID-19)에 신선식품도 배송시키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오아시스의 실적은 올해도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은 새벽배송의 선두주자인 마켓컬리의 5분의 1 수준이라 예상만큼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주가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증권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유기농 새벽배송 샛별로… 잘키운 자회사 덕 '실적 오아시스'


오아시스, 유기농 온라인 판매로 모회사 주가 이끌어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지어소프트의 종가는 9620원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월 말 대비 약 70%가 상승했다. 지난 9일에는 장중 1만85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어소프트는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지만 2005년 벤처붐이 일어 주가가 급상승했다가 꺼진 이후 약 14년만의 고가다.

지어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주력으로 하는 IT회사지만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자회사인 오아시스다. 오아시스은 2011년에 사업을 시작한 유기농 식품 판매점이다. 오아시스는 서울 수도권과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지점만 운영하다가 2018년에 온라인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유기농 신선 식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친환경 배송물품을 사용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유, 과일, 채소 등 유기농 신선식품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건강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구매하는 품목이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은 일반 식품 대비 비싸고 구매할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오아시스는 산지 직거래와 온라인 주문 및 새벽배송으로 두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지난해에는 친환경 재료로 만든 반찬도 만들기 시작해 올해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아시스의 최우식 대표 및 주요 직원들은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오래 근무해 유기농 산지 관계자들과 교류해왔다. 오아시스는 마케팅디렉터가 직접 생산자를 발굴해 계약관리를 진행한다. 신선식품 판매의 핵심인 폐기율을 낮추기 위해 수요조사와 판매량 예측해 발주를 진행한다. 중간 유통 벤더가 없어 생산자가 오아시스 물류창고로 직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후 품질테스트, 포장 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이렇게 산지 직거래로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식품 가격은 낮추고, 기업은 이익을 낼 수 있게 된다.

특히 오아시스는 판매하는 식품 뿐 아니라 배송 방법도 친환경을 택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을 배달할 때 일반 아이스팩 대신 '물을 넣은 아이스팩'을 넣는다. 물 아이스팩은 환경에 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일반 아이스팩과 달리 팩을 잘라 물을 버리면 되기 때문에 처리도 간편하다.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포장상자를 회수해 재사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에 회원수 껑충...1분기 30만명, 연말 60만명 예상
덕택에 오아시스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TV광고나 대대적인 가입 마케팅 없이도 회원수를 꾸준히 늘려 왔다. 지난해 1월 3만3900명이던 회원수는 올 1분기말 3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 연말까지 60만명 달성도 가능하다고 예측된다. 코로나19로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일별 매출도 껑충 뛰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 1월 오아시스의 일평균 매출액은 2억9000만원에서 최근 4억4000만원으로 50%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 연말에는 10억8000만원으로 연초 대비 약 3.5배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 매출액 10억원은 오아시스의 올해 목표치기이도 하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격 차별화를 통한 충성고객 증가로 재구매가 많아지고 있고, 스마트 물류창고 운영방식 등으로 업계 유일한 흑자기업이라는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아시스는 지난해 3분기보다 물류창고를 5배 가량 늘려 일 3만건규모(일 매출 15억원 규모)의 능력을 확보했다"며 "물류 직원들도 지속 채용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주문량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도 "생산자 직배송 방식을 채택하면서 기존 유통구조 단순화에 성공했고, 새벽배송과 상품신선도, 우수한 상품 품질 대비 낮은 가격 등이 장점으로 작용해 오아시스는 2015~2019년 연평균 65% 성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실적이 기업 가치 상승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적 폭발적 증가 기대...마켓컬리 대비 시총 낮아
지어소프트의 연결 실적에 편입되는 회사는 오아시스 뿐이다. 오아시스의 실적이 지어소프트의 연결 실적에 그대로 포함되는 것이다. 지어소프트는 오아시스 지분의 79.4%를 갖고 있다. 나머지 20.6%는 기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오아시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423억2700만원, 영업이익은 9억6100만원, 당기순이익은 6억46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어소프트의 지난해 연결 실적은 연결영업손실 1억3000만원, 연결당기순손실 14억8000만원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지어소프트의 모바일 사업 부문이 부진했고 오아시스의 물류센터 이전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 한 탓이다. 다만 물류센터를 기존 규모보다 5배 확장, 성남으로 이전하면서 1일 배송 가능 건수가 7000건에서 3만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오아시스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지어소프트의 연간 연결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3196억원, 연결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91억원으로 평가된다. 업계 선발주자인 마켓컬리도 지난해 매출액이 4290억원, 영업손실이 986억원을 기록한 점으로 감안할 때 오아시스의 매출액이 올해 2000억원대에 진입한다면 마켓컬리의 절반을 따라잡게 되는 것이다. 반면 지어소프트의 현재 시가총액은 1400억원으로 저평가 상태라는 의견이 나온다. 마켓컬리는 최근 1억5000만달러(약 1825억5000만원)를 추가로 유치하고 있어 기업가치가 8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비접촉 소비 확산으로 온라인 신선식품 새벽 배송 사업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재구매율도 90% 가까이 올라온 점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어소프트의 오아시스 지분율이 79.4%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며 "무차입 경영의 안정적인 재무구조,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올해 실적 성장을 감안할 때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오아시스의 일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현재 주가는 올해 예상 매출 기준 주가매출비율(PSR) 0.5배에 거래되고 있다"며 "앞으로 밸류에이션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오아시스는 마켓컬리 대비 차별점이 있고, 물류 경쟁력으로 수익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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