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영주권도 주겠다" 불법체류자 감싸고 나선 유럽, 왜?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정경훈 기자, 임찬영 기자, 오문영 기자, 유동주 기자, 강기준 기자 2020.04.20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코로나 방역 '사각' 불법체류자]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출국 문이 닫히면서 방역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단하고 검사, 치료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신분에 대한 두려움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방역의 손길이 제대로 닫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국길 막힌 40만 불법체류자…코로나 방역 사각 내몰린다
#"저는 불법체류자 입니다." 경남 양산에 사는 베트남 국적자 A씨는 최근 자신을 신고했다. '코로나19'를 피해 고향으로 가고 싶어서다. 하지만 정작 베트남에서 '코로나19' 감염우려가 있다며 송환을 거절했다. 조국이 거부한 그는 한국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에서 해고됐다. 현재 그는 친구집에 얹혀살면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40만명에 이르는 국내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에 있다. 불법체류자인 이들은 당장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도 없다.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한 명이 걸리면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19가 퍼질 위험도 더 크다. 일부 사업주들의 경우 감염을 막는다며 이들을 사실상 가둬두고 있어 이들의 인권도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국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들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자가격리 시설을 확보하는 등 특단의 조치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법체류자 40만명 시대…"비자 없어도 '코로나19' 걸릴 수 있어"



"일자리도 영주권도 주겠다" 불법체류자 감싸고 나선 유럽, 왜?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39만4368명이다. 총 체류 외국인 227만1300명의 17.4% 수준이다.

2016년 21만명이었던 불법체류자는 4년사이 2배 가까이 뛰었다. 대부분이 단기 비자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눌러앉는 경우다. 법무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자진 신고하면 재입국을 허가하고,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코로나19까지 가세하면서 크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의 촘촘한 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베트남, 몽골, 네팔 등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송환을 거부하는 상태다. 태국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 불법체류자들을 수송해 가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다.


불법체류자는 가장 기초인 방역 관련 안내 등에서 언어장벽에 부딪혔다. 기본 예방수칙은 다국어로 안내되고 있지만 수시로 발표되는 △확진자 수와 동선 △‘코로나19’ 재난문자 등은 한글로만 안내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은 커녕 외국인 등록증도 없는 이들은 마스크 5부제 실시 후 마스크를 구할 길이 없어졌다. 서울 동대문에 사는 네팔 국적의 M씨는 "비자가 없는 사람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감염 우려에 '강제 집단 격리' 인권침해까지…전문가 "특단의 조치 필요"



"일자리도 영주권도 주겠다" 불법체류자 감싸고 나선 유럽, 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법체류자에게 먼 이야기다. 일부에선 방역을 이유로 인권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 시장에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다야 라이 서울경인이주노조 위원장은 "경기도 파주 일대의 일부 공장에서는 숙소에서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래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장주가 '코로나19' 우려에 컨테이너 숙소 등에 외국인노동자들을 강제로 집단 격리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 국가 출신들은 사원인 모스크에서 단체생활을 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여럿이 모여 사는 가운데 주거환경도 매우 열악해 감염 우려가 사실 크다"면서 "한 번 감염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불법체류자가 해고 1순위가 된 것도 집단생활에 영향을 줬다. 이들은 고용관계에 있어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월세를 내기 힘든 상황에 부닥치자 끼리끼리 모여 살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센터 관계자는 "미국발 입국자들처럼 이들에게도 자가격리할 시설을 제공하거나 적어도 단속이라도 줄여야 한다"면서 "단속하면 숨는데 숨으면 더욱 (감염) 관리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무부는 법무부 차원의 단속은 중단했지만 신고가 들어올 경우 나서고 있다.

정한결 기자

'코로나 마스크' 한국인은 이틀에 1개, 외국인은 일주에 1개
대구의 한 공장 2층에 마련된 숙소에는 외국인노동자 10여명이 살고 있다. 방 하나에 3~4명이 쓰는데 이불 펴기에도 벅찬 공간이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이들은 바깥출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공장 관리자는 "나가면 자른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19'관련 정책을 칭찬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미등록외국인)는 예외다. 마스크 5부제 등 방역 조치에서 비껴가 있는 것은 물론 인종차별, 반강제 격리까지 당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감생심이다. 국내 불법체류자는 40만명에 달한다.

김용철 대구성서공단노조 이주민상담소장은 "CCTV(폐쇄회로 화면)로 출입을 감시하는데 의료진 없는 코호트 격리와 같다"며 "업주들이 ‘외국인은 나가면 코로나 걸린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오히려 갇힌 공간에 다수가 장기간 머무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집계도 안되는 불법체류자 해고, 실업급여·재난지원금 모두 제외

방역복을 입은 '비정규직 이제 그만'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짤리거나 무급휴직 및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증언대회'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밝히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해고 금지, 휴업수당 및 실업수당 지급, 차별없는 이주노동자 지원, 4대보험 적용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방역복을 입은 '비정규직 이제 그만'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짤리거나 무급휴직 및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증언대회'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밝히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해고 금지, 휴업수당 및 실업수당 지급, 차별없는 이주노동자 지원, 4대보험 적용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네팔에서 온 비너에씨(34)는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공장이 어려워지자 사업주는 해고를 선택했다. 불법체류자인 비너에씨는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약 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규 신청자만 15만6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제도권 내에 속한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제도권 아래, 한국의 고용시장 바닥에 있는 불법체류자의 실업 상태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출근 당일 해고 소식을 듣는 경우는 물론, 휴업수당 등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사례가 잦다.

실업급여는 물론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마련한 재난 지원금 지급에도 이들은 벗어나 있다. 완벽한 ’코로나19‘ 재난 사각지대다. 우다야 라이 서울경인이주민노조 위원장은 "비너에씨처럼 해고 후 비슷한 처지 동료끼리 돈을 빌려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서로 돈을 빌려 줄 여유도 없다”고 전했다.

◆'마스크' 한국인은 이틀에 1개, 외국인은 일주일에 '하나'

"일자리도 영주권도 주겠다" 불법체류자 감싸고 나선 유럽, 왜?
생계비 부족은 마스크 등 보건용품 부족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들은 건강보험과 외국인 등록증이 없어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도 없다. 평소에도 더 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구해 썼다.

김용철 소장은 "이들은 운좋게 구한 KF 마스크를 수차례 빨아 쓰거나 천 마스크를 쓴다"며 "이마저도 못 구해 목토시를 올려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부 공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에게는 이틀에 1개씩,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일주일에 1개를 주며 차별도 한다. 김 소장은 "직장을 잃어 생활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시중 마스크 가격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보 전달은 '불통' 수준이다. 김 소장은 "영어나 중국어 못하는 사람도 많아 뉴스, 정부 제공 정보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정부의 고급 정보 아닌 과장된 외국 영상, 가짜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통역은 진료 문제로도 이어진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네팔 노동자와 보건소에 함께 간 적이 있는데 통역 없이는 진료 안 될 상황"이라며 "70% 정도가 이런 상황이라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왜 불법체류자까지 방역하냐고? "결국 우리를 위한 일"
지난달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지난달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불법체류자 대상 방역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 국가보다 촘촘한 방역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를 알리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불법체류자 방역 대책 마련…"단속 안 한다"

"일자리도 영주권도 주겠다" 불법체류자 감싸고 나선 유럽, 왜?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3629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 신고를 접수했으나 본국 송환 거부 등 이유로 출국하지 못한 채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포함한 불법체류자들이 '불법 신분' 때문에 제대로 된 방역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감염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불법체류자는 대부분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들이 감염될 경우 지역 사회로의 감염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정부도 이들이 감염 '슈퍼전파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먼저 불법체류자들이 보건소를 방문하더라도 단속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단속이 두려워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을 막기 위해서다.

강제퇴거 명령으로 외국인보호소에 갇힌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우리나라 외국인보호소는 지난달 24일 기준 총 389명을 수용하고 있다. 한 방에 7~8명이 들어가 생활할 만큼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지난 1월부터 외국인보호소 신규유입을 줄이기 위해 수사당국에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법무부 차원의 단속 등을 전면 중단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단속에 적발되면 강제 퇴거 전까지 외국인보호소에 머물러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본국 송환이 미뤄져 귀국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또, 보호소에 갇힌 외국인들의 보호를 코로나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해제해주거나 이들이 신속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외국인보호소 인원 감소를 위한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관리 강화는 "국민 위한 것"…홍보 활성화 필요



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
정부는 자국민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불법체류자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인 불법체류자들은 제대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체류자 특성상 정보 접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불법인' 자신의 신분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피해다니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방역 체계 확보는 결국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적극적 홍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불법체류자를 무료로 치료해 줄 만큼 해외에 비하면 방역 대처가 좋은 편"이라며 "그들이 내국인과 똑같은 방역 시스템 내에서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내국인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체류자들이 슈퍼전파자가 될 경우 우리 국민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절한 방역 관리는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방역 시스템 안에 이들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언론·인권단체·보건소·경찰 등에 단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여러 차례 배포했다"며 "불법체류자들은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찬영 기자, 오문영 기자

불법체류 40만 시대…갈팡질팡 '無정책' 역대 정부 모두 '有죄'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몇년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이라는 다소 낯선 안건이 올라왔다.

한국 거주 외국인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자는 이 법안은 소위 위원으로 참석한 의원들이 '외국인' 개념부터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불법체류자부터 결혼이주민 혹은 난민, 귀화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국내 유입 외국인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이 법안의 대상이 되는 지부터 논쟁거리였다.

◆국회 법사위 풍경, '누가 외국인인가' 개념부터 각자 다른 이해

다수를 차지하는 '다문화가정'과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서도 의원 각자의 생각이 달랐다. 이전까지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를 비롯해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개념정리와 제대로 된 정책논의가 없었던 탓이다.

법안이 '법무부'추진 형태로 진행된 데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의문을 표했다. 소위에 의견 개진을 위해 출석한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며 "'외국인 정책'에 대해 아직 체계가 없고 부처간 중복 운영하고 있는 부분도 많은데 관계 부처가 모여서 일관된 정책을 하기 전까지는 1000억원이 넘는 기금조성은 시기상조고 낭비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기금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여가부·고용부 유사 예산과 달리 국적상 '진짜 외국인'에게만 기금이 지원된다고 강조했으나 이는 패착이었다. 오히려 소위 위원들과 법사위 전문위원은 법무부 추진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의 지원 대상에 한국 국적자더라도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법무부, '불법체류' 단속하는 곳인데 '외국인 사회통합기금' 추진…'모순' 지적돼

결국 기금 정당성을 강조하던 법무부는 '모순'에 빠졌다. '외국인',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다문화가정' 등에 대해 통일된 개념없이 의원들이나 부처 공무원들이 서로 각자가 생각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을 갖고 심사를 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를 맡아 평소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관리해야 할 곳이라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을 만들어 총괄 운용하겠다는 법무부 설명은 더 낯설게 느껴졌고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각 부처 입장별 외국인 정책이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결국 법안은 의원들에게 혼란만 주며 보류됐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외국인 정책이 없다는 점을 참석 의원들에게 일깨워주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3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신고를 하려는 중국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03.03. woo1223@newsis.com[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3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신고를 하려는 중국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03.03. [email protected]
◆국내 외국인 252만, 불법체류 40만 시대…역대 정부 '오락가락' 정책

대략 20여년전부터 '다문화'라는 단어가 쓰이고 '불법체류자'들이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의 일관성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다문화가정에 '혜택성' 조치는 계속됐다. 기업들도 사회복지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등을 지원한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어디까지가 지원 대상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어디부터는 배제대상이고 받아들여선 안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없었다.

지난 정부들 모두 '다문화'니 '불법체류자'에 대해 일시적인 '조치'만 했을 뿐, 정부 차원의 일관된 '정책'을 내놓고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이 민감한 문제를 대놓고 논의하자고 나선 책임있는 거대 정당이 없었다. 일부 소수정당이 인권차원에서만 접근했을 뿐, 정책결정권을 가졌다고 볼 여야 거대 정당은 이 문제를 회피해왔다.

그러는 사이 불법체류자로 대표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정책 방향은 길을 잃었다. 진지한 논의과정 없이 산업연수생을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줄이거나 했고, 불법체류 단속을 강화하거나 완화하거나 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최배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와 이경숙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다문화단체 정책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4.10/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최배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와 이경숙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다문화단체 정책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4.10/뉴스1
◆'다문화 사회' 초입…혼란 감당할 '사회적 준비' 돼 있나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252만4656명이다. 학계에선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본다. 한국은 현재 4.9%를 기록해 이대로라면 다문화 사회 진입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불법체류 외국인은 총 39만281명으로 전년 대비 9.9% 늘었다. 현 정부들어 불법체류자는 급증세다. 2015년 약 21만명이던 불법체류자는 4년만에 두배 정도로 증가했다. 2018년엔 사상 최대 폭인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룬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외국인 정책본부'는 2007년부터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로 통합하면서 오히려 '외국인 정책본부'기능이 축소돼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체류자 4년만에 2배…2018년 한해 사상 최대 10만명 늘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지만, 역대 정부는 이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드는 것을 주저했다는 평가다. 국민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역대 정권은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 혹은 '인권'을 앞세워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국내 거주 외국인 관련 정책을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강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사회가 난민문제로 영국 브렉시트 등 EU체제의 위기를 맞고 있고 불법체류자로 치안이 불안해지고 사회질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을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외면할 순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유동주 기자

불법체류자는 코로나 구멍? 일자리에 영주권 받는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가 재난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불법체류자 등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경제 타격과 방역 구멍을 막기 위해 불체자들을 위한 대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5일 미 최초로 불법이민자 15만명에 500달러(약 61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가구당 최대 1000달러(약 123만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불체자가 1100만명에 달하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은 소외시켰다. 지난달 말 미 의회가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고 일정소득 이하의 미국인들에게 1200달러의 현금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불체자들은 제외됐다.

그러자 미국에서 가장 많은 230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따로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연간 세입의 10%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 기여도가 높다.

WP는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에 이어 다음으로 불법체류가 많은 텍사스나 뉴욕주 등도 관련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들은 미국 경제에 없어선 안될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 비영리 연구단체 ‘뉴 아메리칸 이코노미’에 따르면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한해 총수입은 2500억달러(약 307조원), 이들이 연방 및 지방정부에 내는 세금만도 328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불체자들은 미국 농장 일자리의 36.1%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WP는 “미국 노동력의 약 5%를 차지하는 이들이 코로나19로 제일 먼저 직장을 잃고, 연방정부의 현금지원책 등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곤경에 빠지면 미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데다가, 검사 혜택 등에서도 제외되면서 음지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법체류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두달간 농가에 25만명의 수확 일손이 필요한 이탈리아와 8만명이 필요한 스페인은 불법체류자들에게 농가 일자리에 지원할 경우 영주권을 발급하겠다고 유인하고 있다.

독일은 그동안 골칫덩이 였던 난민들을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동원하고 있다. 독일 삭소니주는 시리아 난민 출신 의사 1만4000여명에게 코로나19를 위해 의료지원을 맡길 방침이다. 이들은 자국에서 의사면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독일에선 면허를 인정받지 못해왔던 이들이다.

포르투갈은 자국에 머무는 이주민과 난민에게 한시적 시민권을 주기로 했다. 포르투갈 시민과 똑같은 의료보험 혜택 등을 줘 코로나19 방역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다. 포르투갈은 오는 6월30일까지 신청서를 받아 7월부터 지원한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말 불법체류자 350여명을 일시적 구금 해제하며 당분간 단속 등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유럽인권위원회의 던야 미야토비치 위원장은 포르투갈의 결정을 두고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에 대응해 취약한 사람들과 사회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기준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