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공장, 사라지는 일자리…"국민들 삶만 보고 새 판 짜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0.04.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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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1회]②'국가 대변혁 위원회'가 필요한 이유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국민들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 생존을 걱정한다. 더 이상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를 준비해야한다.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타락한 진영의식 때문에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정치·경제적 과제, 계층·계급·진영간 심화된 대립·대결 구도와 사라진 사회적 대타협,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장기 과제라는 딱지를 붙여 밀어놓은 개혁 이슈…. 이제 대한민국이 모두 모여 미뤄놨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과제를 논의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고 제언한다.

멈춘 공장, 사라지는 일자리…"국민들 삶만 보고 새 판 짜야"


# 6·25전쟁이 일어났던 70년전만해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 많은 빈국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몇십달러에 불과했다. 그런 나라가 반세기만에 반도체와 전자,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을 이뤘고 1인당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런 모습만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 성공한 나라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탄생한 나라 중 우리만큼 성공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거의 성과에 취해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탓에 대한민국 경제, 산업, 기업은 아프다.



자각 증상이 있건 없건 분명한 사실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적 갈등, 신성장 동력 부재 등으로 끓는 냄비 안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간다는 섬뜩한 우려까지 나온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여러 산업은 성장동력을 잃고 구조조정 등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 경제 축이 핀테크 등 디지털 경제 등으로 빠르게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분야가 규제에 묶여 있는 등 여전히 20세기 수준의 경제 실력을 보여준다.

역사는 말한다. 대제국도 하루아침에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실제 국가 대전략과 대변혁이 없었던 나라들은 모두 지도에서 사라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현실을 외면한 나라들이 그렇다. 대표적인게 카르타고다. 카르타고는 기원전 6세기 무역 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지중해 무역 패권을 놓고 로마와 세 차례 충돌(포에니전쟁)했다. 카르타고는 2차 포에니전쟁 초기 로마군 8만명을 전멸시켰다. 승리에 도취한 카르타고는 치밀한 전략 없이 이후 벌어진 전쟁에 나섰고, 결국 로마에 대패했다. 오합지졸이 된 카르타고는 3차 포에니전쟁 이후 결국 지도에서 사라졌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역시 대변혁의 압박을 받는다. 위기 극복을 너머 생존을 위한 길이다.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선제적으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역사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여서 더욱 그렇다.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비상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수식했던 ‘수출강국’은 사치스러운 단어일지 모른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보면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량실업, 기업도산 등 국가적 위기 요소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멈춘 공장, 사라지는 일자리…"국민들 삶만 보고 새 판 짜야"
여야 정치권이 지금 국민에게 50만원, 100만원 지원 등 규모를 놓고 한가하게 싸울 때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자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자가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구직활동 중인 실업자가 받는 구직급여 수급자는 60만8000명이었다. 정부가 구직급여 제도를 담은 고용보험을 도입한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구직급여 수급자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2004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적게 늘었다.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실물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고용 위축이 본격화된 것이다.

고용충격은 어디에서 왔나. 기업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한다. 당장 내일 망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기업들이 쏟아진다. 이 위기가 앞으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국회는 당장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3차 추경 등을 해야한다. 속도가 중요하다. 그동안 총선을 앞두고 정부도 국회도 적극 나서지 못했다. 서로 몸을 사렸다. 그러다보니 스텝이 꼬였다. 이제 그 스텝을 플어줄 ‘국가 대변혁 위원회’가 필요하다.


정치 논리 등은 배제하고 오로지 국민 삶만 보는 기구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새판을 짜는 기구가 필요하다. 물론 과거 위기때마다 비상기구는 있었다. 1998년 IMF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노사정위원회를 시작으로 여러 위기때마다 각종 사회적 대타협기구와 공론화위원회 등 많았다. 국회에선 여야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대응했다.

하지만 기구의 형체만 존재했을뿐 운영이 제대로 안됐다. 기구에 참여한 각 경제주체들의 절실함이 부족한 탓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사람이 죽고나서 인공호흡기를 줘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토로한다. 기업인들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다”고 고개를 젓는다.
멈춘 공장, 사라지는 일자리…"국민들 삶만 보고 새 판 짜야"
이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또 평등주의냐 성장주의냐도 아니다. 대한민국 생존이 달린 문제다. ‘국가 대변혁 위원회’는 과거 비상기구와 달라야 한다. 정부 기구가 아니라 온나라가 뭉치는 사실상 재건위원회 개념으로 운영해야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체이자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질적인 변화를 꾀해야한다. 그동안 이해관계나 정치논리 탓에 수면 위로 꺼내지 못했던 문제들을 과감히 드러내고 바꿔야한다.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중장기 과제로 미뤄놨던 국가적 과제를 당면 과제로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머니투데이가 ‘국가 대변혁 위원회’를 제안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세균 국무총리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민관 합동 형태로 만들면 된다. 시급한 문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당장 바꾸는 작업을 해야한다. 총선을 앞두고 헌정 사상 초유의 위성정당을 만든 최악의 선거제를 고치고, 권력구조 개편과 국회 개혁 등을 서둘러야한다.

또 해외에 나간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리쇼어링 전략’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야한다. 지방균형발전은 물로 저출산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를 다시 만들기 위해선 국내에서 기업과 공장이 되살아나야한다. 그래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여당 내 대표적 경제통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찾아올 각종 경제 충격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국가 대변혁 위원회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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