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고 기도하라"…2030 개미 이끄는 BNP 정신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조준영 기자 2020.04.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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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로 촉발된 폭락 장 속 저가매수에 띄어 들어 지수 하락을 방어한 개인들은 ‘애국 개미’, 코스피지수의 추가하락에 배팅한 개인들은 ‘매국 개미’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상당수 개미들은 주요 투자처를 원유선물상품으로 옮겨 레버리지와 인버스란 위험한 ‘홀짝 배팅’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 청춘들의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일단 사고 기도하라"…2030 개미 이끄는 BNP 정신




"BNP(Buy and Pray·사고 기도하라)."




요즘 증권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선의 투자전략은 BNP전략”이란 말이 우스갯소리로 돈다. 무슨 전문용어처럼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주식을 사고 일단 오를 때까지 기도하라’는 줄임말에 불과하다. 최근 주식에 뛰어든 2030 투자자들의 ‘존버(최대한 버티기)’ 정신을 대표하는 말이다.

2030 '주린이'들…'버티기 상품'에 몰린다
"일단 사고 기도하라"…2030 개미 이끄는 BNP 정신


지난달 코로나19(COVID-19)폭락 장 속 저가매수를 노리며 주식투자에 입문하는 20~30대가 급격히 늘었다. 19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 가운데 20대는 31.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28.5%)였다. 20~30대를 합치면 전체 계좌 개설 고객 가운데 60%를 차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지난달 비대면 계좌 신규 고객 가운데 20~40대 비중이 60%는 넘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투자 방식은 주로 테마주 등 ‘단타’ 위주였던 이전과 달리 ‘일단 사놓고 수익률이 날 때까지 기다린다’로 요약된다. 대표적으로 구매하는 종목은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나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원유 연계 ETN(상장지수증권) 등이다. 안정적인 실적이 보장된 종목에 장기 투자하거나, 증시가 떨어질 때까지 혹은 원유 가격이 오를 때까지 ‘버티는’ 상품들에 투자한 이들은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돼가고 있다.

20대 매수 종목, 인버스가 1위
실제 신한금융투자가 비대면 계좌 개설 이후 매수 종목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인버스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 (2,245원 ▲80 +3.70%)는 20~30대에서는 매수대금 순으로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20대는 국민주식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아닌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매수대금 1위를 차지한 유일한 연령대였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개인투자자 오모씨(26)는 “결국 장기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수익률을 낸다고 생각한다”며 “내 또래 가운데 주식에 입문한 사람들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단 사고 기도하라"…2030 개미 이끄는 BNP 정신
공부 나선 2030들…'형 같은 펀드매니저, 친구같은 뉴스레터'
최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며 공부하려는 이들도 늘었다. 기성세대가 주식 관련 책이나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해 투자에 입문했다면, 2030세대는 자신들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경제 이슈를 설명해줄 콘텐츠를 찾는다.
"일단 사고 기도하라"…2030 개미 이끄는 BNP 정신
대표적으로는 구독자 수 60만명이 넘는 유튜브 ‘슈카월드’가 있다. 유튜버 ‘슈카’는 증권사 펀드매니저이자 채권 프랍트레이더 출신으로, 마치 옆집 형이 자신의 투자 ‘썰’을 풀 듯 방송을 진행한다. 댓글에도 슈카를 ‘슈카형’이라고 부르는 독자가 상당수다. ‘슈카월드’의 구독자 수는 올해 들어서만 20만명이 넘게 늘었다.

2030을 대상으로 한 경제 머니레터 서비스도 등장했다. 경제미디어 스타트업 ‘어피티’는 사회초년생 직장인을 타깃으로 매일 아침 기초 금융 지식, 재테크 관련 뉴스레터를 제공한다. 이들은 경제 뉴스 등을 분석해 유망 업종이나 종목을 추천하거나, 재테크 꿀팁, 또래 직장인들의 자산관리 비법 등을 공유한다. 이들의 뉴스레터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차근차근 설명하는 말투로 친근감을 더한다.
"일단 사고 기도하라"…2030 개미 이끄는 BNP 정신
이들 투자자가 직접 공부에 나선 이유는 전문가들을 향한 불신도 자리한다. 코스피 1500선이 무너졌을 당시 제도권 시장에서 전망한 온갖 저점이 처참히 깨졌고, 전문가들은 무의미하다며 전망을 내놓기를 꺼렸다. 패닉을 겪은 이들에게 전문가들의 조언은 ‘뒷북’에 불과했다.

20~30대 활동 비중이 높은 한 증권 커뮤니티의 회원은 “전문가들은 온갖 미사여구와 어려운 말로 권위를 내세우지만, 결국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사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를 하고 있지 않냐”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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