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소주문 금액 1만5000원. 한끼로 지불하기에 부담스런 밥값이다. 1인 가구의 경우 주문할 때마다 먹지도 못할 음식들을 추가해야 한다. 매번 음식은 남아 버려진다. 배달 앱에선 최소주문 금액을 맞춰야 배달이 가능하기에 벌어지는 촌극이다. 이뿐인가. 2000원~3000원의 배달비는 따로 나간다. 혼자 음식 한번 먹을라치면 2만원 가까이 드는 현실이다.
최소주문 금액이 5000원~1만원인 곳도 있긴 하다. 그러나 배달비가 확 올라간다.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한 쌀국수 전문점에서 5000원짜리 쌀국수를 선택하니 배달비로 6000원이 책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최근 온라인상엔 최소주문 금액에 대한 불만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특히 배달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최소주문 금액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40대 직장인 A씨는 "최소 주문금액은 배달비가 없을때 생긴 개념"이라며 "예전엔 배달비가 없으니 미안해서라도 음식을 더 시켰지만 요즘은 배달비를 내지 않나"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음식점주에게 최소 주문금액은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최소 주문금액이 없다면 배달비 지출이 수익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점주들은 토로한다. 남양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는 "배달대행비에 배달 앱 수수료까지 들어 수익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나마 최소 주문금액이 있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쌀국수 전문점에서 5000원짜리 쌀국수를 선택하니 배달비로 6000원이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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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의 대표 음식인 자장면, 짬뽕 등은 타 음식에 비해 단가가 낮고 조리 시간이 짧다. 자장면의 경우 조리 시간이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면을 삶아서 자장 소스를 부으면 그만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중국집은 한 그릇씩이라도 더 많이 팔아야 이득을 본다. 이익을 적게 보면서 많이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가 유리하단 얘기다.
만약 최소 주문금액을 올린다면 이점을 극대화시킬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중국집이 타 음식점보다 주문건수가 월등히 많은 것도 이런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점 때문에 여전히 배달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중국집들이 많다. 주문건수가 많으니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주문 건당 지불하는 것보다 배달 직원이 묶어서 배달하는 게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배달대행비를 내지 않아 배달비를 받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집 업주 사이에선 가격이 낮은 음식에 배달비까지 받으면 소비자 반감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깔려있다. 6000원짜리 음식에 2000원의 배달비를 받고 신뢰를 잃을 바에 단골 손님을 늘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C씨는 "짜장면 한그릇 시키는데 배달비 몇천원 받으면 누가 시켜 먹겠나"라며 "어차피 동네장사다. 배달비 안받고 지속적으로 하나라도 파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