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로 돌아간다"…美 29개주 봉쇄 풀어도 된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김수현 기자 2020.04.17 08:13
글자크기

[월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셧다운된 미국 경제의 단계적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백악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지침)에 따라 최근 14일간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지역부터 3단계에 걸쳐 경제활동 재개가 허용된다.

이미 2주 이전에 정점을 찍은 29개주에서 봉쇄 해제가 가능하다. 주식시장도 반등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코로나 정점 지났다…주지사들이 3단계 봉쇄 완화 시점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 정례 기자회견에서 "보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정점을 지났다"며 "우리는 미국을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개한 경제정상화 가이드라인에는 전국적인 봉쇄 해제 시점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대신 각 주별로 코로나19 발병 규모 등 특정 조건들을 만족할 경우 주정부에 봉쇄 완화를 권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봉쇄 완화 시점에 대한 결정은 주지사들이 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주의 경우 다른 주보다 더 빨리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주도로 5월1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경제활동 재개하는 방안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된 주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비판에 부딪혀 결국 주지사들에게 결정권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4일 동안 줄어든 주는 단계적 봉쇄 완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3단계로 이뤄졌다. 1단계에선 직장 상황에 따라 출근 재개가 허용하다. 10명 이하면 모임도 가질 수 있다. 학교는 폐쇄 상태를 유지하지만 영화관, 식당, 경기장, 교회 등 대형 행사장은 '엄격한 거리두기' 수칙을 지킨다면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은 여전히 자제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 없다면 2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2단계에선 학교가 다시 문을 열 수 있다. 모임 가능 인원도 50명 이하로 느슨해진다. 비필수적인 여행도 가능해진다.

3단계부터는 노약자가 기저질환자 등 취약 계층도 공공장소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은 여전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뉴욕과 일부 인근주들은 5월15일까지 셧다운 조치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인근 주지사들과 협의를 마쳤다며 뉴욕주의 비필수 사업장 폐쇄 지침을 오는 5월15일까지 연장했다.

봉쇄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뉴욕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33포인트(0.14%) 오른 2만3537.6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16.19포인트(0.58%) 상승한 2799.5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39.19포인트(1.66%) 뛴 8532.36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외출자제령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각각 4%, 3% 가량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티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애널리스트는 "봉쇄가 조만간 끝날 것이란 소식은 주식시장에 궁극적인 호재"라면서도 "봉쇄 해제를 위해선 코로나19 사태의 2차 파도가 오지 않을 것이란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퀘어뉴욕 타임스퀘어
실업자 한달새 2200만명 폭증…중소기업 긴급대출 소진

또 다시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실업자가 쏟아졌지만 장세를 뒤집진 못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4월5~11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24만5000건으로 시장의 예상치 500만건을 웃돌았다.

지난 4주간 총 2200만명이 새롭게 실업자가 됐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9년 6월부터 10년간 생겨난 미국내 일자리 2150만개가 모두 사라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국내 실업률이 최소 17%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월만 해도 미국 실업률은 3.5%로 50여년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한편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미국 중소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긴급대출 자금은 바닥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추가 지원을 요구했지만 민주당과의 이견이 변수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가 중소기업들에 제공하는 긴급대출 제도인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의 자금 3490억달러(약 430조원)가 사실상 소진됐다.

지난 3일 이후 불과 2주만에 160만여개 중소기업이 미국 중소기업청(SBA)에 긴급대출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최근 의회를 통과해 발효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슈퍼 경기부양 패키지에 포함된 급여보호프로그램은 직원 500명 이하 중소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있도록 2년간 최대 1000만달러를 무담보로 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진된 급여보호프로그램의 재원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집권 공화당은 2500억달러 규모의 추가지원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은 병원과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까지 포함한 5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미국의 중소기업을 죽이고 있다"며 의회에 급여보호프로그램 예산 추가 마련을 촉구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