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타격' 우려 뚫고 호텔신라 회사채 '흥행'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4.17 06:30
글자크기

(종합)1500억 모집에 2500억 매수주문... 오리온도 5대1 수요예측 경쟁률 '흥행'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실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꼽히는 호텔업종의 호텔신라가 4월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식음료 업종의 대장주 오리온도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엄동설한 장세를 무색케 했다.


호텔신라, 1500억 모집에 2500억 매수주문
(서울=뉴스1)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3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2020.3.19/뉴스1(서울=뉴스1)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3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2020.3.19/뉴스1


16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4시 30분까지 진행된 호텔신라 (57,600원 ▲600 +1.05%) 회사채 3년물, 5년물, 10년물에 대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25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만기별로 1100억원 규모의 3년물에는 16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고 각기 200억원씩 발행할 예정이었던 5년물, 10년물에도 각각 400억원, 5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호텔신라 수요예측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및 산업은행 등의 자금도 유입돼 여타 기관투자자들이 좀 더 마음 편히 진입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호텔신라는 신용등급이 AA-에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향후 등급 하향이 우려된다는 점수를 받았음에도 이번에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금리 수준도 호텔신라 측이 제시한 범위(민평 수익률 기준 -20%포인트에서 +60%포인트) 내에 형성됐다.

호텔신라의 이날 흥행은 코로나 19로 실적 타격이 가장 큰 업종에서 무리 없이 자금조달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전망의 '부정적' 꼬리표 등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가자들이 보다 후한 점수를 줬다"며 "호텔신라가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라는 점 뿐 아니라 호텔신라 측이 주요 사업부문 실적전망을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등 모습도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3년물, 5년물, 10년물을 더해 총 1500억원을 조달하려던 호텔신라 측도 이번 흥행으로 발행규모를 매수주문 규모(2500억원)만큼 늘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반응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두면 그만큼 향후 발생할지 모를 위기에 대처하기도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규모를 3500억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실적호조 오리온, 5대 1 수요예측 경쟁률
오리온 (92,100원 ▼300 -0.32%)도 이날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00억원 규모 회사채 3년물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35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오리온이 제시한 금리는 민평(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금리 기준으로 -30%포인트(-30bp)에서 +30%포인트(+30bp)였는데 발행금리는 +7bp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이번 수요예측 흥행에도 불구하고 발행액을 더 늘리지는 않을 예정이다.

오리온 사옥 전경 / 사진제공=오리온오리온 사옥 전경 / 사진제공=오리온

3월 폭락장세 기간 일시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아예 중단됐다가 4월 당국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금융지원 패키지가 발표되면서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리온은 가장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연기금이 오리온에 매수주문을 낸 것도 그렇고 산업은행의 지원프로그램이 없이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도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의 이번 수요예측 흥행은 4월 들어 (채안펀드 등에 의존하는) 다른 수요예측과 결이 다른 결과"라며 "식음료 업종의 특성상 경기 방어주로서의 성격도 있는 데다 실적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3월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법인 매출 합계가 208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55% 늘고 3월 영업이익 합계가 519억원으로 같은 기간 174.6%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이 집계한 컨센서스(복수 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오리온의 올해 연간 매출은 2조1699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고 영업이익은 3594억원으로 9.7%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신용 등급 기업엔 아직 유동성 못 미쳐" 우려도
그러나 지금의 자금 상황은 불과 2개월 전에 비해 천양지차라는 평가다. 2월 하순만 하더라도 BBB+ 등급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BBB0 등급의 한신공영 등이 각각 3.1대 1, 2.9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자금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4월 들어서는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꼬리를 달았음에도 엄연히 AA- 등급이었던 한화솔루션이 21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600억원의 유효수요만 받는 등 냉골이 여전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 증권사 IB 담당자는 "아직 회사채 수요가 살아났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채권 발행이 없다가 이제 막 발행이 나오는 시점이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골라담을 수 있다"며 "시장 유동성 자체가 저(低) 신용등급 기업에까지는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