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릭스미스…공매도 금지했더니 주가 30~40% ↑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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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증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약 한 달이 지났다. 그 동안 공매도 과열로 몸살을 앓았던 종목의 주가는 빠르게 회복했다. 공매도 금지로 매도 행렬을 제한한 가운데 최근 증시 상승으로 공매도 숏커버링(환매수)이 늘면서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잔고수량(공매도 한 뒤 환매수 하지 않고 남은 물량)은 3억4531만주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달 16일 4억1846만주보다 17.5%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잔고 역시 이 기간 2억6434만주에서 2억1173만주로 20% 줄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COVID-19)로 촉발된 증시 충격을 완화하고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공매도 잔고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과열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금지했으나 주가 급락이 이어지자 2011년 이후 약 9년 만에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다시 꺼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다시 매입해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법이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는 달리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얻기 때문에 약세장이거나 약세장이 예상될 때 공매도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공매도와 주가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먼저 매도한다는 측면에서 공매도가 과매도를 부추기고 주가 낙폭을 키운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공매도와 주가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고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주가 방어에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에는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 상당수가 주가 상승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13일 공매도 비중(전체 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이 5%를 넘었던 19개 종목(코스피 7개, 코스닥 12개)의 공매도 금지 이후 평균 수익률은 21.5%로 같은 기간 코스피(4.8%)와 코스닥(16.5%) 상승률을 웃돌았다.

셀트리온·헬릭스미스…공매도 금지했더니 주가 30~40% ↑
코스피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 (179,700원 ▲1,000 +0.56%)의 경우 공매도 비중은 지난달 13일 9.35%에서 지난 10일 7.02%로 2.33%P(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4일 기준 주가는 21만6000원으로 지난달 13일보다 26.7%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 (7,820원 ▲120 +1.56%)도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대주주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에도 공매도 비중이 기존 6.27%에서 5%로 줄었고, 한 달 간 주가는 45.2% 올랐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 리스크가 부각됐지만, 공매도 비중은 5%에서 0.26%로 크게 감소했다. 이 기간 주가는 31%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이 대부분 선전했다. 코스닥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헬릭스미스 (4,695원 ▲100 +2.18%)는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공매도 비중이 13.59%에서 12.08%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주가는 28% 상승했다.

에이치엘비 (106,700원 ▲400 +0.38%)케이엠더블유 (13,980원 ▼430 -2.98%)의 공매도 비중은 각각 10.84%, 9.06%로 한 달 전보다 1.36%P, 1.67%P 줄었다. 두 종목 모두 주가는 30~40% 가량 올랐다.

공매도가 감소한 종목의 상승률이 두드러진 것은 숏커버링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을 갚기 위해 반드시 해당 주식을 되사는 숏커버링을 해야 한다. 주가 상승기에 숏커버링이 몰리면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추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매도가 크게 줄지 않은 종목의 경우 숏커버링의 부재로 수익률도 부진했다. LG디스플레이 (10,130원 0.00%)의 공매도 잔고는 한 달 동안 0.7%P 감소에 그쳤는데, 이 기간 주가는 0.9% 떨어졌다. 호텔신라 (57,200원 ▼800 -1.38%)의 공매도 비중은 5.46%로 한 달 전보다 오히려 0.16%P 늘었고 주가는 2.1% 하락했다.

공매도 금지는 오는 9월15일까지 5개월 더 유지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주가 반등이 지속될 경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숏커버링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빌린 주식에 대한 이자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기간이 길어질 수록 수익률은 낮아진다"며 "숏커버링 발생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단기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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