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계모가 20여 년 간 기른 아이의 결혼식에 나타난 생모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속성, 생물학적 감각과 가족 사회학적 인지의 차이, 미묘한 감정적 동요 등을 면밀히 파헤친다.
이 영화는 수잔 비에르 감독이 2006년 연출한 ‘에프터 웨딩’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캐릭터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현시대 분위기를 반영했다.
영화에서 가장 집중되는 부분은 딸을 둘러싼 생모와 계모의 관계다. 이 관계를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장면들이 적지 않다.
가령 ‘이상주의자’인 이자벨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형편 때문에 고아원에 맡기기로 남편과 협의한 후 인도로 떠났는데, 20년 후 마주한 결혼식에서 ‘잘 자란’ 딸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묻는 대목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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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을 고아원에 맡길 수 없어 한 달 고민하고 직접 키운 남편, 또 그 남편을 이해하고 부유한 삶을 제공한 계모를 향한 이자벨의 태도는 한국적 정서로는 생뚱맞기까지 하다.
‘키운 정’보다 ‘약속 불이행’에 집착하는 생모의 초반의 태도는 이상주의자라는 전제에서 어느 정도 머리로는 수긍이 가지만, 생물학적 딸이 잘 자란 데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엿보이지 않는 건 보편적 정서와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
이런 과정에서 테레사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 더 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생모의 출현으로 갓 결혼식을 마친 딸 부부가 결국 갈등의 길로 들어선 것도 왠지 불편하다. 딸의 남편이 “좋은 일을 한다고 아이를 버린 죄가 덜어지느냐”고 따져 묻는 대목만이 제법 현실적이다.
물론,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생모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를 푸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와 과제, 미덕을 제시하는지는 알겠으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여전히 이자벨은 꼿꼿하고 테레사는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이 영화가 한국판 ‘사랑과 전쟁’을 떠올려야 하는 건 아니다. 그토록 처절하진 않더라도 ‘감정이 이입’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못한 부분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