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는 코로나 구멍? 일자리에 영주권 받는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4.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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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 방역 '사각' 불법체류자]⑤해외 사례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출국 문이 닫히면서 방역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단하고 검사, 치료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신분에 대한 두려움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방역의 손길이 제대로 닫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가 재난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불법체류자 등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경제 타격과 방역 구멍을 막기 위해 불체자들을 위한 대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5일 미 최초로 불법이민자 15만명에 500달러(약 61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가구당 최대 1000달러(약 123만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불체자가 1100만명에 달하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은 소외시켰다. 지난달 말 미 의회가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고 일정소득 이하의 미국인들에게 1200달러의 현금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불체자들은 제외됐다.

그러자 미국에서 가장 많은 230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따로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연간 세입의 10%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 기여도가 높다.



WP는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에 이어 다음으로 불법체류가 많은 텍사스나 뉴욕주 등도 관련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들은 미국 경제에 없어선 안될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 비영리 연구단체 ‘뉴 아메리칸 이코노미’에 따르면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한해 총수입은 2500억달러(약 307조원), 이들이 연방 및 지방정부에 내는 세금만도 328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불체자들은 미국 농장 일자리의 36.1%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WP는 “미국 노동력의 약 5%를 차지하는 이들이 코로나19로 제일 먼저 직장을 잃고, 연방정부의 현금지원책 등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곤경에 빠지면 미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데다가, 검사 혜택 등에서도 제외되면서 음지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법체류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두달간 농가에 25만명의 수확 일손이 필요한 이탈리아와 8만명이 필요한 스페인은 불법체류자들에게 농가 일자리에 지원할 경우 영주권을 발급하겠다고 유인하고 있다.

독일은 그동안 골칫덩이 였던 난민들을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동원하고 있다. 독일 삭소니주는 시리아 난민 출신 의사 1만4000여명에게 코로나19를 위해 의료지원을 맡길 방침이다. 이들은 자국에서 의사면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독일에선 면허를 인정받지 못해왔던 이들이다.

포르투갈은 자국에 머무는 이주민과 난민에게 한시적 시민권을 주기로 했다. 포르투갈 시민과 똑같은 의료보험 혜택 등을 줘 코로나19 방역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다. 포르투갈은 오는 6월30일까지 신청서를 받아 7월부터 지원한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말 불법체류자 350여명을 일시적 구금 해제하며 당분간 단속 등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유럽인권위원회의 던야 미야토비치 위원장은 포르투갈의 결정을 두고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에 대응해 취약한 사람들과 사회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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