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 위해 바꾼 선거법이 양당제 강화했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0.04.1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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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대위 사무실에서 소감을 밝힌 후 퇴장하고 있다. 2020.04.1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대위 사무실에서 소감을 밝힌 후 퇴장하고 있다. 2020.04.15. [email protected]


'누더기' 선거법의 맹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의 등장에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무력화됐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오히려 거대 양당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15일 KBS·MBC·SBS 3사가 21대 총선 출구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더불어시민당)를 합해 178~155석, 미래통합당 의석수 지역구와 비례대표 (미래한국당)를 합해 107~130석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정의당은 5~7석, 국민의당은 2~4석, 열린민주당은 1~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출구조사 결과이긴 하지만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다당제가 기대됐지만 군소정당의 입지는 오히려 더 좁아진 것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승자독식형 양당구조를 만들 수 밖에 없는 현행 선거구조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비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상대 당을 더 무능한 당으로 만들면 선거에서 이긴다"며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야4당이 추진중인 패스트트랙 준연동형 선거제도개혁안이 통과되면 민심과 정당의 의석수의 현격한 불비례성을 줄여 국민을 닮은 국회로 한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거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대양당 구조는 깨지 못했다. 국회가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기 때문이다.


정당득표율이 그대로 국회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가 고정돼선 안 된다. 국회의원 수가 300명이 넘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국회의원 정수 증가에 싸늘했다. 한국당은 이를 이용했다. '국회의원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오히려 비례대표를 전부 없애고 국회의원정수를 지역구 270석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0.04.1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0.04.15. [email protected]
한국당을 제외하고 선거제도를 논의하던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 입장을 정했다.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고정하다보니 민심이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지 못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변형될 수밖에 없었다.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고정하지 않고 국민을 설득하는 쪽을 선택했다면 '연동률'이나 '상한선' 등은 정하지 않아도 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민주당과 군소야당간의 '밥그릇'싸움 과정이 선거법을 또한번 왜곡시켰다. 우선 애당초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기로한 합의가 깨졌다. 28석의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했기 때문에 '소멸' 후보군에 오른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의석수를 현행과 같이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고정한 후에도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비례대표 연동률과 상한선 적용 범위를 두고 한참을 싸웠다. 각 지역구에서 한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비례대표 연동률이 낮고 상한선이 낮을수록 거대정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4+1협의체'는 연동률을 50%로 하되 연동형 비례대표 배분의 상한선을 30석으로 하는 안에 합의했다. 민주당이나 정의당 내부에서도 "선거법이 누더기가 됐다"는 자조석인 평가가 나왔다.

'비례정당'의 등장도 군소정당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들었다. 현행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가져갈 수록 비례대표의석 배분에서 일정부분 손해를 보게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현행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개정 당시부터 '위성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고 선거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선거법이 통과되자 통합당은 비례정당 설립을 현실화했다.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설립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거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자 민주당도 비례정당 설립에 동참했다. 민주당은 시민연합정당 형태로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그 결과 비례대표 의석수는 다시 거대양당이 양분하게 됐다. 조국사태 등을 겪으며 정치진영의 양극화가 심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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