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은 수요 이상의 자금이 몰려 계획물량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조달한 반면 일부 기업은 수요예측이 미달되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된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세부적인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행시장 '빈익빈 부익부' 심화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3.24/뉴스1
3년물, 5년물, 7년물을 총 3300억원 조달하려던 기아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72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기아차의 발행금리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회사 측이 제시한 금리는 개별민평 금리 기준 ±30bp였다. 당초 기아차가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조달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예고한 데다 최근 시중 자금동향을 감안할 때 금리수준이 적절할 경우 기아차 역시 계획물량 대비 2배 가까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신용등급 AA-에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한화솔루션은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수요예측에서는 회사가 제시한 금리수준(개별민평 금리기준 -20bp에서 +60bp)에 맞는 유효수요가 600억원에 그쳤다. 한화솔루션 회사채 미매각 물량은 3곳의 대표주관사와 6곳의 인수단이 나눠서 받아가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화솔루션보다 신용등급이 훨씬 낮은 기업들까지도 자금조달이 어렵지 않았다. BBB+ 등급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월 하순 300억원의 자금조달을 계획했다가 3.1대 1에 달하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며 발행물량을 350억원으로 늘렸고 금리 수준도 개별민평 금리보다도 129bp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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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채안펀드 조성은 긍정적, 세심한 고려 미흡은 아쉬워"
이제는 AA등급이라고 하더라도 공모희망금리를 웃도는 수준에서야 겨우 회사채가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 롯데칠성 등 그나마 이달 들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낙점을 받은 덕에 원활하게 기관투자자 수요가 몰렸지만 AA-에다 조만간 신용등급 추가강등 우려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한화솔루션은 아예 시장에서 외면받게 된 것이다. 4월 들어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됐음에도 회사채 시장에는 아직 냉기가 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형증권사 IB(투자은행) 담당 임원은 "채안펀드가 AA-등급 이상만 담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한화솔루션처럼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A+로 싱글A 등급이 되는 기업은 채안펀드 및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로 현금흐름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IB 관계자도 "채안펀드가 빠르게 조성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운용대상이나 운용방법 등에 세부 지침에 있어서는 심도 있는 고민이 없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 발행이 아예 멈췄다가 채안펀드 덕에 다시 우량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가 발행되고 있지만 시장 충격이 다시 오게 되면 현재의 채안펀드 체제로 자금지원이 충분할 것인지에 우려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