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수요·가격 뺏긴 철강, 천재지변까지 겹쳐 '삼중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4.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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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수요·가격 뺏긴 철강, 천재지변까지 겹쳐 '삼중고'


철강업계에도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수요 감소로 업계가 감산 카드를 만지고 있는 가운데 철강제품 재고는 사상 최대로 치솟아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그나마 핵심 원자재 철광석 가격 급락이 기대됐지만 천재지변 탓에 이 역시 요지부동이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철강재 유통재고는 지난달 13일 기준 전년보다 45.9% 늘어난 2601만톤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철강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결과다.



세계 최대 철강 수요처인 중국의 재고 급증으로 철강제품 가격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열연과 후판, 형강, 스테인리스 등 거의 모든 국내 제품 가격이 지난 한달간 2~3% 내렸다. 중국과 미국 현지 제품 가격도 하락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요국의 재고 급증과 전 세계적 제품 가격 하락에 맞물려 감산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당진제철소 전기로 생산량 감축을 시작한 현대제철 (31,500원 ▲50 +0.16%)은 핵심제품인 자동차 강판 생산량 조정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 (394,500원 ▲2,000 +0.51%)는 광양제철소에서 원자재인 스크랩(고철) 구매를 중단했다. 대신 고로에서 생산하는 쇳물을 원료로 활용해 제조원가를 낮춘다는 복안인데 업계에선 감산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이 미국 인디애나에 위치한 고로 4기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미국 철강업체 US스틸도 이달부터 인디애나주 공장 고로를 세우기로 했다.

문제는 업황 둔화와 함께 같이 내려야 할 철강 핵심 원자재 철광석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주요항 CFR(운임 포함 인도가) 기준 주간 평균 철광석 가격은 지난주에 톤당 83.61달러를 나타냈다. 지난 2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전까지 철광석 가격은 81~96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코로나19 국면 이후로도 가격이 사실상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철광석 양대 산지인 브라질과 호주에 각각 폭우와 사이클론이 덮쳐 현지 광산업체들이 1분기 생산전망치를 하향조정한 탓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실상 유일한 반사이익인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천재지변 탓에 날아간 셈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고 증가와 수요 감소에 따른 충격이 철강업계에 시차를 두고 전해지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마저 내려가지 않는다면 실적 충격은 오히려 2분기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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