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유니클로는 안 사도 '닌텐도' 줄 서서 사는 이유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0.04.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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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재 없는 '동물의 숲' 열풍 난감…서경덕 교수 "일본 불매 넘어, 국산품 애용 생활화 계기로"

맥주·유니클로는 안 사도 '닌텐도' 줄 서서 사는 이유


"닌텐도 스위치는 대체재를 못 찾겠더라고요."

얼마 전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한 대학생 최희정씨(22)는 이 같이 답했다. '일본 불매운동'을 생각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그가 게임기를 산 이유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때문이었다. 우연히 영상을 봤는데 힐링되는 느낌이었단다. 대기표를 받고, 긴 줄을 불사하며 노력한 끝에 겨우 얻었다. 최씨는 "일본 제품인 건 알고 있지만, 꼭 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유니클로 내복'을 잘 참은 이들은, 일본 게임사가 만든 '닌텐도 스위치'에서 무너진 것일까. 대체재가 마땅히 없는 닌텐도 게임 열풍을 어떻게 볼 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선택적 불매냐"는 조롱과, "강요하지 말라"는 반박과, "애초에 한계가 있는 불매"였단 평가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대체재가 있었는데…
맥주·유니클로는 안 사도 '닌텐도' 줄 서서 사는 이유
일본 불매 운동은 지난해 7월부터 이어져 왔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계기가 됐다. 초반에 일본은 오래 못 갈거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장시간 이어져왔다. 일본 관광은 물론, 유니클로, 기린 맥주 등 주요 일본 기업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일본 불매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었다. 유니클로의 경우, 탑텐이나 BYC, 자주, 에잇세컨즈 등의 대체 브랜드가 있었다. 여기에 '노노재팬' 같은 사이트들이 생기며, 손쉽게 대체재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좋은 국산 제품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일본 제품이 트렌드를 타고 인기를 끌었을 때, 대체재가 없는 상황, 그게 현재 닌텐도 스위치 광풍 현상의 핵심이다.

닌텐도 스위치 인기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사진=독자 제공닌텐도 스위치 인기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사진=독자 제공

닌텐도 스위치 같은 콘솔 게임은 마땅히 대신할만한 게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엑스박스'가 있지만,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대신할 수 없다. 닌텐도 스위치 사용자인 직장인 정인웅씨(31)는 "닌텐도 스위치를 산 이유는 '동물의 숲'을 하기 위해서인데, 다른 걸 살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닌텐도가 우익 기업? 전문가 "물증은 없어"
맥주·유니클로는 안 사도 '닌텐도' 줄 서서 사는 이유
닌텐도란 기업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애매한 부분이다. 유니클로처럼 '욱일기' 논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린이나 미쓰비시처럼 '전범기업'도 아녀서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닌텐도가 불매 운동 관련해, 정확히 우익이 맞느냐고 물어들 본다"며 "일각에선 다케시마 후원 기업이라 해서 연구팀이랑 조사했는데,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불매→'국산 애용'으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진=머니투데이DB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진=머니투데이DB
그러니 이를 계기로, 일본 불매 운동이 한 단계 넘어서야 한단 조언도 나왔다. 무조건적으로 일본 불매를 강요하기 보단,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국산품 애용'을 생활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것.

서 교수는 "제가 쓰는 삼성 스마트폰도 일본 부품이 들어간다. 그렇게 (뭘 써야하는지)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며 "선진국에선 국산품 애용이 생활화 돼 있다. 일본 불매를 넘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서 교수는 "코로나19로 소상공인도, 기업도 힘든 상황이니 국산품 애용이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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