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실업급여 9000억 '사상최대'…IMF·금융위기 데자뷔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황시영 기자 2020.04.14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엄습하는 실업대란(종합)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실업 대란'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고용시장 한파에 '고용지표' 둔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용보험 안전망 밖의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은 더 극심한 위기에 놓였다. 현재 국내 고용시장을 진단하고 다양한 정책 대응방안을 모색해봤다.

지난달 실업급여 60.8만명 '역대 최대'…코로나 후폭풍
고용보험 가입자 추이/자료=고용노동부고용보험 가입자 추이/자료=고용노동부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실업자 증가로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자가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2004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적게 늘었다. 코로나19가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뒤따라 고용 위축도 시작된 것이다. 특히 숙박·음식, 사업서비스 등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산업 종사자부터 거리로 나와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활동 중인 실업자가 받는 구직급여 수급자는 60만8000명이었다. 정부가 구직급여 제도를 담은 고용보험을 도입한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구직급여 수급자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 구직급여 수급자 역대 최대, 문 대통령 “특단 대책 세워야”

이처럼 실물경제의 ‘실업대란’ 조짐이 감지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데 가장 큰 걱정이 고용문제”라며 “일자리가 무너지면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 제5차 비상경제회의 의제로 고용 대책을 다루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고용 가입자 증가폭이 크게 줄고 실업 급여 신청자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고통의 시작일지 모른다. 특단의 대책을 실기하지 않고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고용유지에 쓰는 돈은 헛돈이 아니다”며 “일자리를 잃을 경우 지출해야 할 복지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비용을 줄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생산적 투자”라고 말했다.

◆ 구직급여 총 지급액도 역대 가장 많아


3월 구직급여 현황/자료=고용노동부3월 구직급여 현황/자료=고용노동부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1000명 늘었다. 3만1000명은 주로 숙박·음식(7600명), 사업서비스(4100명), 보건복지(3100명)에서 발생했다. 식당 직원, 청소·경비원, 간병인 등 취약 일자리가 많은 산업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직접 얼굴을 맞대길 꺼리고 복지시설도 찾지 않아 관련 산업 종사자에서 실업자가 많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구직급여 전체 지급액 역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8982억원으로 조사됐다. 지급액 규모는 역대 최고였던 지난 2월(7819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커졌다. 1인당 수혜금액은 147만7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만2000원 늘었다.

구직급여 수급자 및 지급액 확대는 코로나19 충격뿐 아니라 구직급여 신청 자격을 갖춘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아울러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도 구직급여 규모를 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직급여 지급기간은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어났다. 또 전년과 비교한 올해 구직급여 상한액, 하한액은 각각 6만원→6만6000원, 5만4216원→6만120원으로 올랐다.

◆ 고용보험 가입자 25.3만명 증가…2004년 카드대란 이후 최소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개별 상담을 받고 있다. 2020.3.31./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개별 상담을 받고 있다. 2020.3.31./뉴스1
고용보험 가입자 통계에서도 코로나19 여파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6만명으로 전년보다 25만3000명 늘었다. 카드대란이 터졌던 2004년 5월(23만7000명)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8월(54만5000명)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났다.

고용보험 가입자 확대를 이끌었던 서비스업 증가 폭이 27만3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0만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숙박음식, 도소매, 보건복지, 교육서비스, 운수업 등 대부분 서비스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축소됐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지난해 3월 32만6000명 증가했던 300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13만1000명 느는데 그쳤다. 고용부는 특히 1~4인, 5~29인 사업장에서 가입자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 고용부 "고용유지가 최선…실업대책도 고민 중“

(서울=뉴스1)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8일 전국 5개 지방고용노동청 내 영상회의 장비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업훈련기관과 긴급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0.3.18/뉴스1(서울=뉴스1)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8일 전국 5개 지방고용노동청 내 영상회의 장비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업훈련기관과 긴급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0.3.18/뉴스1
고용보험 상실자는 2만4000명 증가했으나 취득자는 10만8000명 감소했다. 통상 채용 시즌인 2~3월은 고용보험 취득자가 많으나 지난달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신규 채용이 줄어서다 .고용보험 상실자 증가보다 취득자 감소가 많은 점은 다소 긍정적이다. 사업장이 아직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실물경제가 더 침체되면 고용 위축도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현재는 고용 유지를 지원하는 게 최선의 정책"이라며 "미국, 유럽 상황을 감안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고용 위축은) 장기화될 수 있어 실업 대책도 당연히 고민 중이고 노동시장 상황을 보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3월 실업자 최소 120만명…"하반기 가장 어렵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8천982억원으로, 작년 동월(6천397억원)보다 2천585억원(40.4%) 급증했다. 지난 2월 세운 역대 최대 기록(7천819억원)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2020.4.13./뉴스1(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8천982억원으로, 작년 동월(6천397억원)보다 2천585억원(40.4%) 급증했다. 지난 2월 세운 역대 최대 기록(7천819억원)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2020.4.13./뉴스1
13일 '3월 고용보험 가입자 및 구직급여 통계' 발표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선 건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었다. 매달 나오는 '달력형 지표'다 보니 그동안 담당 과장이 하던 브리핑이었다. 임 차관은 지난달 31일 '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도 전면에 나서 설명했다.

두 통계 모두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고용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계에 담긴 숫자들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오르게 했다. 고용부가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메신저'의 체급을 한층 높인 건 이런 점을 감안해서다. 평시가 아닌 전시로 고용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판단이다.

◆ 3월 실업자 120만명 넘을 듯

폐업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폐업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은 이제 시작 단계다.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가 60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나 아직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기업, 자영업자가 많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사업주에 인건비(휴업수당) 일부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급증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업장이 고용 유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우선 구직급여 수급자가 전체 실업자의 절반만 보여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구직급여는 전체 취업자의 55%인 고용보험 가입자가 받을 수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프리랜서 등 나머지 45%는 직장을 잃어도 구직급여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실업자는 구직급여 수급자의 2배인 120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과거 시계열을 보면 실업자가 구직급여 수급자보다 2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오는 17일 통계청 3월 고용동향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9년부터 현재 기준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실업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같은 해 6월(148만9000명)이다.

◆ 가라앉는 경기…뒤이어 고용도 위축 불가피

3월 실업급여 9000억 '사상최대'…IMF·금융위기 데자뷔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코로나19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고용보험 가입자보다 일용직, 특고 등 미가입자와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중심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후행 지표인 고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에 앞선 지표들은 경기가 가라앉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월 생산, 소비, 설비투자는 모두 전월 대비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를 기록,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52) 이후 최저였다.

세계 경제까지 동시에 위축되고 있어 수출 국가인 한국의 경기 전망은 더 어둡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지난 2월만 해도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은 2.1%였다.

◆ "코로나19 잠잠해져야 경기·고용 반등“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3월 노동시장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25만 3000명 증가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과 여성, 60세 이상, 청년 중심으로 증가폭이 둔화하거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구직급여 신청자는 업무일 증가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2020.4.13./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3월 노동시장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25만 3000명 증가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과 여성, 60세 이상, 청년 중심으로 증가폭이 둔화하거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구직급여 신청자는 업무일 증가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2020.4.13./뉴스1
미국, 유럽연합 등이 저마다 내수부양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하지만 부양책을 통한 경기, 고용 반등은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경제 성장률이 2분기에 저점으로 예상되는데 고용은 그보다 뒤인 하반기에 가장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유럽 공장은 셧다운을 한 반면 중국 경기선행지표인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는 지난달 원상복귀했는데 코로나19가 잦아들어야 경기, 고용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리세션(불황)이 진행되다 보면 한국도 내수 침체, 해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위기 때 먼저 무너지는 중소기업, 하청업체,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기성훈 기자

美,1700만 실직에 1300만 더…'두자릿수 실업률'온다
美, 1주일에 600달러 실업급여…유럽 1000억유로 실업대책

4월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하이얼리어의 존 F.케네디 도서관 바깥에 신규 실업수당 신청 문서가 놓여져 있다./사진=AFP4월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하이얼리어의 존 F.케네디 도서관 바깥에 신규 실업수당 신청 문서가 놓여져 있다./사진=AFP
'최근 3주간 1680만명 실업. 113개월 최장기 호황의 마침표.'

미국의 고용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유럽은 코로나19로 수백만명이 직업을 잃게 됨에 따라 1000억유로 실업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남미는 21세기판 '마셜플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3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할렘가에서 한 남성이 '시티하베스트'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뉴욕은 코로나19 확진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섰고, 외출금지령 등 봉쇄조치로 수만명이 직업을 잃었다./사진=AFP3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할렘가에서 한 남성이 '시티하베스트'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뉴욕은 코로나19 확진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섰고, 외출금지령 등 봉쇄조치로 수만명이 직업을 잃었다./사진=AFP
◆ 美 3주간 1700만명 실업…1주일에 600달러 실업급여 지급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29일~4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1만건을 기록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줄었다는 의미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노동부가 이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최고치 수준이다. 3월 중순부터 최근 3주간 누적 실직자는 1680만명에 달한다.

AP통신은 지난 3주간 미 근로자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4월 실업률이 두자릿수로 치솟는 등 고용시장의 악재가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에만 2000만명이 실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코로나로 인해 3000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4월 14%, 5월 16%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은 실직자에게 최장 4개월간 한주 600달러의 실업급여를 지원키로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조2000억달러(약 2667조원) 경기부양 패키지에 포함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3월 14일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 문이 굳게 닫혀있다./사진=AFP코로나19로 인해 3월 14일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 문이 굳게 닫혀있다./사진=AFP
◆ 유럽 1000억유로 실업대책…근로시간 줄이고 임금보전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 역시 코로나19로 수백만명의 실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9일(현지시간) 1000억유로(약 132조원) 규모의 실업 지원 대책 'SURE'를 내놨다. 기업이 해고를 단행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고, 줄어든 임금을 EU 차원에서 보전해주려는 것이다.

독일은 고용을 유지하되 근무 시간을 줄이는 조건으로 통상임금의 3분의 2를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독일 경제기관들은 정부 지원 덕분에 올해 독일의 실업률이 전년대비 0.2~0.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해고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3개월간 통상임금의 최대 84%를 지원할 방침이다. 영국은 임금의 80%를, 스페인 정부는 70%를 지원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이탈리아 정부는 임금의 80%를 보전하는 한편 90일동안 자국 기업의 해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4월 9일(현지시간) 유로그룹 화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 집무실 TV 화면에 비친 마리오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사진=AFP4월 9일(현지시간) 유로그룹 화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 집무실 TV 화면에 비친 마리오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사진=AFP
◆ ILO "2차대전 이후 가장 심각"…멕시코 대통령 '마셜플랜' 강조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2분기 전세계 노동자 근로시간이 6.7%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를 근로자 수로 환산하면 정규직 근로자 1억950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ILO는 7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전 세계 33억명의 노동자 중 81%인 27억명이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등으로 많은 기업과 상점이 근로시간·임금을 줄이고 해고를 늘린 탓이다.

올해 2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억2500명이 일자리를 잃고, 미국 2400만명, 아프리카 1900만명, 유럽 1200만명이 실직 위험에 처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노동시장 충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규모"라고 말했다.

신흥국에서는 21세기판 마셜플랜 주장까지 나온다. 마셜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서유럽 16개국를 상대로 실행한 대외 원조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위한 마셜플랜이 필요하다"며 "개발과 협력을 위한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황시영 기자

실업급여 2개월 더…대기 중인 '외환위기급' 대책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실업 대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립 중인 일자리 대책은 고용 유지, 실업자 지원, 일자리 창출 등 크게 3단계로 전개될 예정이다. 당장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으나 거리로 나온 실업자가 늘어날 경우 구직급여(실업급여) 확대 등 실업 대책 병행은 불가피해진다.

3단계 접근은 과거 위기 때부터 이어진 공식과 같다. 시작은 1998년 3월 정부가 발표한 외환위기 종합실업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실업방지 대책으로 고용유지 지원 및 일자리 창출, 실업자 보호 대책으로 생계안정 및 직업훈련·취업 알선 등을 제시했다.

◆ 고용유지지원금, 지난해 연간 실적 31배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구 사회적경제 청년채용박람회’가 신종코로나(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된 가운데 행사장 입구에 채용박람회 취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최 측은 온라인 창구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 47개소가 참여하는 청년채용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0.2.14./뉴스1(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구 사회적경제 청년채용박람회’가 신종코로나(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된 가운데 행사장 입구에 채용박람회 취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최 측은 온라인 창구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 47개소가 참여하는 청년채용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0.2.14./뉴스1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해 시급한 일자리 대책은 1, 2단계다. 정부가 실시 중인 1단계 고용유지 지원책은 고용유지지원금이 대표적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사업장은 4만7893개로 조사됐다. 지난 10일 하루 신청 사업장(1742개)만 지난해 연간 실적(1514개)을 웃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전체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초과해 휴업하거나 1개월 이상 휴직을 실시한 사업장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회사가 직원에 지급한 휴업수당 대비 중소기업 67%, 대기업 50%를 대준다. 하지만 코로나19 발병 이후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자 정부는 지원 비율을 높였다.

특히 중소기업은 75%로 올린 뒤 90%까지 한 차례 더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휴업수당 지급금에서 사업주 부담분은 10%로 떨어졌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시도하지 않았던 대책이다. 직원 감원을 최대한 줄이려는 조치다.

◆ 고용 악화 심화되면 구직급여 확대정책 소환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생산성 저하로 구조조정돼야 할 기업을 연명시키는 부작용도 일부 있었는데 현재는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이처럼 평상시 정당화되지 않은 정부 개입이 코로나19 국면에선 타당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대책 2단계인 실업자 지원의 핵심은 구직급여 확대다. 구직급여는 일터를 잃은 실직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표 사회안전망이다. 현재 구직급여 지급액은 실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의 60%, 지급기간은 120~270일이다. 모두 지난해 10월 1일부터 강화됐다.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가파르게 오르면 구직급여 확대 정책이 소환될 수 밖에 없다. 관련 정책으론 개별연장급여, 특별연장급여 등 연장급여 제도가 있다. 특별연장급여는 구직급여 수급기간이 끝난 모든 실업자에게 60일 동안 기존 구직급여의 70%를 더 주는 제도다. 가장 강력한 조치다.

◆ 외환위기 때 쓴 특별연장급여 카드 꺼낼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개별연장급여는 구직급여 수급 종료자에 추가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특별연장급여와 비슷하다. 하지만 지원 대상은 취업이 특히 곤란하고 생활이 어려운 자로 훨씬 좁다. 금융위기 땐 개별연장급여 지원 요건을 완화한 적 있다. 특별연장급여 적용은 외환위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고용부는 고용 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다음 3단계인 일자리 창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자리 창출 성격을 띈 40대 고용대책은 지난달 말 발표 예정이었다가 연기됐다. 다만 고용 취약계층을 위해 공공일자리 등 단기일자리 창출 방안은 당장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세종=박경담 기자·기성훈 기자

벼랑 끝 몰린 특고·프리랜서…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어쩌나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센터 모습./사진=(서울=뉴스1)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센터 모습./사진=(서울=뉴스1)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임금 노동자들의 실직 공포도 가시화됐다. 정부는 중소·영세 사업체에 대해 업종을 불문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인건비(휴업수당)의 90% 수준으로 지급한다. '3개월' 한시적이지만 고용유지를 위한 긴급 조치다.

그럼에도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프리랜서 등은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은 일자리가 사라지며 돈줄이 끊겼지만 보호받지 못한다. 노동계는 고용안전망 밖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장기간 지원과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주문한다.

1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 2700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1500만 명(55%) 정도로 추산된다.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자는 자영업자(547만 명)와 특고(50만6000명)을 포함해 1200만 명(45%)에 이른다. 2명 중 1명꼴로 실직하면 바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상황인 셈이다.

주로 대면 업무인 직종이 많은 특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감이 대폭 줄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방문 판매원, 대리 운전 기사 등 광범위하다. 김주환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특고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차라리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되면 긴급 생계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특고 근로자, 프리랜서 등에게 월 최대 50만원씩 2개월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구와 경북 등 9개 지자체에선 전통시장 택배 지원 등 단기 일자리도 제공한다.

하지만 지원 범위와 기간 등이 제한돼 있다. 기간을 1~2개월 추가 연장하거나 대상자를 늘리는 등의 추가 대책에 대한 요구가 벌써부터 나온다. 고용 취약계층 실업자에 한시적으로 긴급실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실업자 소득 지원은 고용보험 실업급여가 유일하다"며 "특고, 자영업자 등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직자에 대한 재난실업수당 한시적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한시적으로라도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적용 요건을 완화해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지원 금액을 충분히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취약 노동자 계층에 대한 획기적인 고용유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3월 실업급여 9000억 '사상최대'…IMF·금융위기 데자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량 실업을 막을 수 있도록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과 특고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이른바 한국형 실업부조)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오는 7월부터 저소득 구직자 등에게 최장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특고의 고용보험 적용도 필요하다. 두 대안 모두 국회 계류 중으로 정부 의도대로 정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안정은 물론 생존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자금 지원과 함께 적용 가능한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성훈 기자·세종=박경담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