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자구안 제출…무엇이 담겼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4.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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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 등 담겼을 듯…채권단 "실현 가능성 등 따져볼 것"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 전경/사진제공=두산중공업두산중공업 창원 본사 전경/사진제공=두산중공업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구체적인 자구안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개선계획을 13일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자구안 내용은 두산그룹 요청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와 두산솔루스 매각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51%와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소재인 전지박과 전자제품 회로기판(PCB)용 동박 소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회사로 두산 계열사 중 알짜 회사로 꼽힌다.

두산중공업 아래에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을 매각하거나 두산 자회사로 바꾸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룹 자금난의 시발점이었던 두산건설 매각도 자구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두산그룹 임원은 급여를 30% 반납하기로 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부사장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는 40%, 상무는 30%를 각각 반납하기로 했다. 대주주의 책임있는 자세의 하나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유상증자도 자구안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 중 일부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이 팔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어 팔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두산 밑으로 두는 방안도 쉽진 않다.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 두산 자체가 현금흐름 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두산이 자금이 풍부했으면 두산밥캣 등을 두산중공업이 인수하지 않고 두산이 인수했을 것이다.

대주주가 증자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채권단은 이번에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두산과 두산퓨얼셀, 두산솔루스, 두산오리콤 지분을 담보로 받았다.

하지만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대부분이 선순위로 질권 설정이 돼 있어 지분을 매각해도 이들 대주주 손에 들어오는 자금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시장에선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해도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3자 유상증자보단 일반 유상증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채권단은 향후 자구안의 타당성과 실행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과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그룹과 협의를 거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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