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자구안 제출…알짜 계열사 팔고 사업 가지치기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4.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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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소속 관계자들이 지난 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두산타워 앞에서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소속 관계자들이 지난 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두산타워 앞에서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매각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검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구안에는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과 두산중공업 분할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13일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자구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룹과 대주주가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고, 두산중공업 또한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자구안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과 두산그룹은 자구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제출된 자구안을 바탕으로 한 양측 협의 과정이 더 남은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구안은 이제 채권단과의 협의 및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그룹 안팎 전언을 종합하면 대주주 책임경영과 그룹 자산매각 관련, 두산솔루스 매각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카이레이크와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그룹 최상위 지배사 ㈜두산이 약 17%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약 44%다. 총 지분율이 약 61%다.


당초 지분의 51%와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였지만, 지분 전체 매각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가액은 6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자구안에는 위기의 진원지인 두산중공업 분할 안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15,860원 ▲90 +0.57%)은 그룹 중간 지주사격인데, 현재 그룹의 핵심 현금창출원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위기가 이들 계열사로 옮아붙는 것을 막기 위해 두산중공업을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발전부문 등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회사로 분리해 투자회사를 ㈜두산에 합병하는 안이 그동안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언급됐다.

두산그룹은 2018년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두산엔진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부문은 두산중공업에 합병했고, 사업부문은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해 현금화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이 두산중공업 그늘에서 벗어나면 신용도 회복돼 자체적으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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