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7조원씩…남들 삼성전자 살 때, ETF 몰린 불개미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사무엘 기자, 한정수 기자, 정인지 기자, 강민수 기자, 김소연 기자, 조준영 기자, 김태현 기자 2020.04.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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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ETF에 뛰어 든 불개미들(종합)

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2에 육박하는 평균 7조원 가량의 자금이 매일 오간다. 신용거래까지 불사하며 ETF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동학개미 위에 ETF 불개미가 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TF 거래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하루에 7조원 베팅…'동학개미' 비웃는 ETF 불개미들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2 규모…매일 수조원 ETF 전쟁, 원유ETF 천당과 지옥 오가



매일 7조원씩…남들 삼성전자 살 때, ETF 몰린 불개미들


ETF(상장지수펀드)의 인기비결은 투자가 쉽다는 점과 화끈한 수익률이다. 인덱스펀드와 주식을 합쳐놓은 성격이 있어 어떤 주식을 사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50% 넘게 화끈한 수익을 내기도 하니 불개미 성향에는 제격이다. 매매차익 비과세 등 세제 측면에서도 주식보다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증시에서 ETF 일 평균 거래대금은 6조85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1조3332억원)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ETF 거래대금은 주식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3월 코스피에서는 하루평균 10조967억원이 거래됐는데, 이와 비교하면 ETF 거래대금은 67.9%에 달한다.

ETF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3월 중순부터 투자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더니 하루에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6조원에 육박하는 매수를 기록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다. 외국인도 주식 헷지 등을 위해 ETF 매매를 많이 하지만 개인보다 금액이 작다.

ETF시장에는 현재 451개 종목이 있는데 이 가운데 수익률 변동 폭이 큰 레버리지 ETF와 주가하락이나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3월 ETF 거래액 가운데 81.0%를 기록했다. 시장 대표주에 투자하는 ETF는 13.6%였고 채권에 투자하는 ETF 역시 1.9%에 불과했다. 나머지 ETF는 거래대금 비중이 1% 미만이다.

거래가 활발한 종목으로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2,295원 ▲130 +6.00%)KODEX 레버리지 (17,420원 ▼1,075 -5.81%)KODEX 200 (35,350원 ▼1,055 -2.90%)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10,700원 ▼650 -5.73%)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3,600원 ▲110 +3.15%)KODEX 인버스 (4,400원 ▲125 +2.92%)KODEX 코스닥 150 (13,630원 ▼395 -2.82%)TIGER 200 (35,435원 ▼1,050 -2.88%)TIGER 200선물인버스2X (2,440원 ▲145 +6.32%)KBSTAR 단기통안채 (111,295원 ▲10 +0.01%) 등이 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하는데 투자하는 상품인데, 일반 인버스 상품보다 가격변동이 2배 높다. 코스피지수가 9% 넘게 폭락했던 3월19일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하루에 무려 4억9326만좌, 6조992억원이 거래됐고 가격은 13.25% 상승했다.

같은 날 코스피200 지수가 상승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레버리지 코스피 ETF 역시 2조2454억원 가량 거래됐다. '동학 개미'들의 주식매입이 시작됐을 때 이미 불개미들은 ETF 시장에서 한참 플레이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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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ETF 종목의 거래대금을 합하면 당일 삼성전자 거래대금(2조5029억원)의 3.33배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ETF 물량에 씨가 말라 유동성 공급자인 증권사들(LP)이 매일 같이 ETF 공급물량을 늘려야 하는 처지다.

상장 ETF는 지난해 연말보다 1개 종목 늘어난 451개인데 발행좌수(발행주식과 같은 개념)는 3조1940만좌에서 3월 기준 3조6490만좌로 14% 늘었다. LP들은 3월에 3조2392억원의 ETF를 새로 찍었고 4월에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ETF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 주식시장에선 주가가 빠질 것을 예상해도 기관이나 외국인처럼 공매도 거래를 하기가 무척 어렵다. 반면 ETF는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 많다. 선물옵션처럼 전문 투자자 교육을 받지 않아도 매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수익률도 화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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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1월 6일 1만1300원에 불과했는데 2월 말에는 1만5710원으로 치솟았고 3월 말에는 2만6620원으로 더 상승했다. 3월 한 달 간 6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슷한 상품인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도 68.7%의 수익을 냈다. TIGER 의료기기와 ARIRANG KRX300헬스케어, KODEX 헬스케어 등도 3월 폭락장에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FT는 주식처럼 신용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가 더해지면, 운용하기에 따라 하루에 원금대비 60%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다. 물량부족 상태인 ETF는 어렵지만 아직도 신용거래가 가능한 종목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코스닥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 ETF는 3월 23일 1116억원을 포함해 최근 15일간 9642억원이 신용으로 거래됐다.

ETF는 가격 변동 폭이 큰 만큼 큰 수익을 볼 수도 있으나 쪽박을 찰 가능성도 무척 높다. 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ETF는 70%에 가까운 수익을 냈지만 반대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F는 반 토막 났고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ETF도 수익률이 좋지 못했다.

반준환 기자, 김사무엘 기자, 한정수 기자

삼성전자 다음은 ETF…개미들은 왜 투자에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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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살까요 원유 ETF(상장지수펀드)를 살까요?"

최근 인터넷 투자 카페에는 ETF 매수를 문의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동학 '개미'들은 지난달 급락장에서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사들이며 '장기투자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레버리지, 원유 ETF 등 공격적인 상품도 거리끼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투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몇 만원으로도 대체투자 ETF를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상품을 직접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증시 폭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 1위는 삼성전자(4조9600억원)이었지만 2위와 3위는 ETF였다. KODEX 레버리지를 1조2100억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7900억원 순매수했다. KODEX WTI원유선물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각각 4200억원, 2200억원, KODEX 200은 2200억원을 순매수해 상위에 올랐다.

ETF가 개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주식 상승 이외의 수익에 베팅할 수 있어서다. 예를 과거 국내 및 해외 시장 하락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공매도나 선물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공매도, 선물 모두 개인이 참여하기 힘든 시장이다. 반면 ETF는 만원으로도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 개인들이 대거 매수한 KODEX 레버리지는 9000원대,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7000원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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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수집하기도 수월해졌다. 인기 주식 투자 카페는 가입자수가 80만명에 달한다. 주식 및 경제 이슈를 훑어주는 유튜버의 구독자수도 60만명이 넘는다. '조금만 공부하면 매니저보다 내가 낫다'는 심리가 개인들의 ETF 직접 투자를 부추긴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팀 부장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빨리 돌면서 매니저도 특별한 정보로 수익을 얻기 어려워졌다"며 "매니저도 개인도 같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ETF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증시 급락은 ETF 시장이 성장한 뒤 처음 맞는 위기다. 인버스 ETF는 2009년, 레버리지 ETF는 2010년에 처음 등장했다. 김 부장은 "ETF의 인지도가 높아진 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다시 한번 닥치면서 ETF를 활용해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며 "특정 종목에 과한 쏠림 현상도 보이고 있지만 지속적인 투자 경험을 통해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적은 금액으로 많은 종목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의 구성종목은 말그대로 200개다. ETF 한 주를 사면, 코스피200 전체 종목에 투자하는 효과가 난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장은 "분산 투자로 개별 종목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ETF에 담겨있는 종목 구성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과 달리 증권거래세도 면제된다. 현재 증권거래세는 0.25%다. 삼성전자를 1억원어치 샀다가 팔면 25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ETF는 증권거래세가 없다. 대신 ETF를 발행하는 자산운용사에 보수를 내야 하는데 연 0.2~1% 수준이다.

기초자산에 따라 보수가 다른데, 코스피200의 1배 추종상품은 0.3%대, 레버리지는 0.6%대다. 증권거래세보다 비싸보이지만, 보수는 보유기간에 따라 매겨진다는 특징이 있다. 증권거래세는 삼성전자를 1개월 후에 매도하든, 1년 뒤에 매도하든 한번 매도할 때마다 0.25%를 내야 하지만, ETF 보수는 6개월 뒤에 판다면 반값이 된다.

다만 공격적인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는 4배 이상의 레버리지 ETF 상품이 상장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2배까지만 허용되고 있다.

김홍주 거래소 ETF시장팀장은 "최근 시장 변동 폭이 커지면서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상품에 개인들이 많이 유입됐다"며 "레버리지 등은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장기투자 상품인 퇴직연금 등에도 레버리지나 인버스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강민수 기자, 정인지 기자

급팽창한 ETF '개미들만의 리그'…기관 투자 적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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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해외시장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은 상태다. 종목별 운용자산(AUM)이 작으면 천억 원 단위로 돈을 굴리는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힘들다. ETF도 주식이라 활발히 거래되지 않으면 기관들이 가격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처럼 '개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큰손의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AUM을 우선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급락장에서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8572억원으로 전체 코스피시장의 67.0%를 차지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인 1조3332억원(26.7%)에 비해 5배 이상이 폭증했다. 반면 ETF 전체 자산 총액은 45조600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시장의 3~4% 수준이다.

거래의 대부분도 개인이 차지하고 있다. 3월 ETF 거래대금 중 개인은 45.3%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39.1%이고 기관은 7.6%(LP 8% 제외)에 불과하다. 특히 장기투자를 하는 연금은 0.1%,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2.1%였다.

일평균 거래대금 상위 10종목도 단기 투자 상품인 인버스, 레버리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배 투자 상품 중에서 거래대금 상위 종목은 KODEX 200, TIGER 200, KODEX 코스닥150 등 대표 지수 추종 ETF가 대부분이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부장은 "레버리지와 같은 공격적인 상품은 큰 돈을 굴리는 기관들이 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투자 위험을 고려해 AUM이 큰 종목을 찾는다면 대표 시장지수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ETF 거래의 대부분은 선물과 현물을 사고파는 차익 거래로 풀이된다. 코스피200선물과 코스피200 ETF 중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파는 것이다. 실제로 3월 급락장에서 선·현물 가격이 출렁이자 외국인들은 빠르게 ETF와 선물을 사고 팔았다.

예컨대 외국인은 3월 한 달 간 대표적인 시장 ETF인 KODEX 200을 1959억8500만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시장에서 외국인이 25조457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8% 이상 떨어지며 1400대로 주저앉았던 3월 19일에는 선물을 1만8000계약을 순매수하고 현물을 팔아 차익거래에서 2300억원이 순유출됐다.

반면 기관들이 장기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많은 ETF의 AUM이 작아 큰 단위의 투자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TF에서 순가치 자산총액이 가장 큰 KODEX 200의 순자산은 현재 6조원 수준이다. KODEX 레버리지는 3조4000억원, TIGER 200이 3조2000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주식으로 치면 3조원은 시총 50~60위다. ETF도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순자산이 적은 종목에 기관의 물량이 대거 들어갔다가 빠지면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최근에는 ETF로 펀드를 구성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를 통해 투자하려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내 ETF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 상장된 ETF를 활용해 분산투자를 하는 기관들도 있지만 아직 많은 기관들이 해외 ETF를 통해 EMP 투자를 하고 있다"며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해외 상장 ETF들이 아직은 종류도 많고 AUM도 커서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ETF의 양적 성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본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유동성이 낮은 상품들도 많아 이제는 질적 성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김소연 기자

"못믿습니다. 혼자 합니다"…ETF에 뛰어든 불개미들
ETF 대세에 액티브펀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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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니 뭐니 다 가져가면서 수익률은 낮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직접 투자하는 게 낫다"

한 개인투자자는 주식형펀드 투자 대신 직접 종목투자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폭락장에도 개인들의 돈이 주식시장에 물 밀듯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나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탓이다.

'동학개미'들이 펀드매니저가 직접 유망종목을 선별해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를 외면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믿지 못해서'다. ETF보다 2배가 넘는 수수료를 받지만 그 만큼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했던 경험들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에서 약 300억원이 빠져나간 데 비해 국내주식형 ETF에는 2조931억원이 유입되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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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액티브펀드는 -6.31%의 수익률을 보였는데, 이는 코스피수익률(-2.49%)의 3배 가까운 수치였다. ETF 수익률은 이 기간 -6.91%로 오히려 수익률이 더 낮았지만 액티브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ETF 선호현상을 강화 시킨 것은 분명하다.

동일한 섹터를 다뤄도 액티브펀드와 ETF 간의 큰 수익률 차이가 나기도 했다.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헬스케어 섹터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국헬스케어증권자투신탁'의 경우 A클래스 기준 5.01% 수익률을 올린 데 반해 미래에셋운용의 'TIGER헬스케어ETF'는 10.63%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설정액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액티브펀드의 경우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2조1685억원으로 유일한 '조단위' 펀드였다. 반면 국내 ETF에서는 설정액 규모 1위인 '삼성KODEX레버리지'(3조7140억원)을 시작으로 '미래에셋TIGER200'(2조8037억원), 'KBSTAR200'(1조3715억원) 등 10개의 조단위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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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는 답답한 분위기다. 액티브펀드가 아닌 ETF 같은 지수추종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돈이 돈을 만드는' 시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액티브펀드를 통해 성장기업이 발굴되기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가치평가와 상관없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액티브운용을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운용업계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왔다는 데에 공감한다"며 "액티브펀드들이 적정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도록 소수펀드에 집중하는 등 시장을 따라가지 않고 원칙에 따른 펀드운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준영 기자

국내 ETF 양대산맥 삼성·미래에셋…시장점유율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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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는 47조1499억원, 이 중 77%를 단 2개 운용사가 점유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최초 ETF 상장사로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ETF 운영사로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액티브 펀드와 비교해 수수료가 낮은 ETF로 수익을 내긴 어렵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수익률보다 전체 시장을 넓히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ETF의 산증인 삼성자산운용…독보적인 1위

ETF 업계에서 삼성자산운용은 항상 '최초'의 타이틀을 가져갔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KODEX200'을 상장하며 ETF 시장의 문을 열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를 상장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ETF 순자산은 약 25조2690억원이다. 시장 점유율 53.59%로 독보적인 1위다. 간판 ETF인 KODEX200(6조1199억원), 'KODEX레버리지'(3조5226억원), 'KODEX200선물인버스 2X'(1조6844억원) 등 순자산 1조원 이상 ETF만 7개다.

간판 상품인 KODEX200은 한국거래소가 산출한 KOSPI200 지수의 변동률을 추종한다. KOSPI200은 한국 대표 200개 종목을 담은 지수다. 전체 종목을 9개 업종으로 분류해 시가총액과 거래량 비중이 높은 종목을 선정한다. 그만큼 시장 흐름을 잘 반영한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ETF 시장이 급성장하는데 일조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인버스 ETF를 출시한 2009년 3조7894억원이었던 전체 ETF 순자산 규모는 이듬해 6조578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미래 먹거리로 ETF를 활용한 솔루션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EMP솔루션, 투자자 목적에 따라 재무설계를 지원하는 GBI솔루션 등이다. GBI솔루션 강화를 위해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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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 돌리는 미래에셋자산운용…8개국 진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ETF 순자산 규모는 11조2863억원으로 시장점유율 23.94%다. 국내 기준 시장점유율만 두고 봤을 때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2006년 ETF 시장에 뛰어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2011년 캐나다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과 호주의 '베타웨어즈'를 인수했다. 2018년 미국 운용사 '글로벌X'를 인수했다.

글로벌X는 월가에서 떠오르는 라이징스타다. 로봇 및 인공지능(AI) 종목에 투자하는 'BOTZ ETF' 등 다양한 테마형과 인컴형 상품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나스닥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CLOU ETF'를 상장했고, 올해 1월에는 홍콩 거래소에서 '글로벌X 차이나 전기차 ETF'를 상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호주, 콜롬비아, 브라질, 홍콩, 인도 총 8개국에서 약 46조원 규모의 ETF를 운용하고 있다. 전 세계 18위 규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같은 해외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 ETF 시장에서 해외주식형 ETF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주식형 ETF 순자산 규모는 1조2980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 해외주식형 ETF(6556억원)의 약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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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수료 0.55%…"ETF 시장 판부터 키워야"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ETF로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운용사는 손에 꼽는다. 이유는 낮은 수수료 때문이다. 국내 ETF 평균 수수료는 0.55%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평균 1.25% 수준인 국내 액티브 펀드 수수료와 비교하면 ETF는 수수료가 없는 셈"이라며 "ETF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규모의 경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 같은 규모를 갖춘 운용사는 찾기 어렵다.

삼성자산운용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운용사들의 ETF 순자산 규모를 살펴보면 3위 KB자산운용이 3조3000억원,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조7000억원이다. 1, 2위 자산운용사들의 대표 ETF 상품 하나보다도 순자산 규모가 작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부장은 "국내 ETF 순자산 규모는 전체 코스피 시장의 3~4% 수준이다. ETF가 전체 20%인 미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ETF 투기적 쏠림에 전문가 우려…레버리지+인버스=미국3배

전문가들은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폭증한 것과 관련해 "과도한 쏠림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펀드나 주식투자에 비해 ETF가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국내 ETF 상품이 특정 부문에만 쏠려 있고, 개인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ETF를 매수하기 보다는 고위험을 수반하는 투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ETF 시장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만 거래가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며 "국내에서는 관련 상품이 ETF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 연구원의 설명이다. 상장 EFT 숫자에서도 국내는 '레버리지+인버스' 비중이 18.4%에 달하나 미국은 8.8%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문 연구원은 "장기 투자를 위해 일반적인 ETF를 보유하는 해외 투자자들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 트레이딩 목적으로 레버리지, 인버스 ETF를 사용하는 비중
이 높다"며 "투자성향 차이이기는 하지만 ETF 거래대금 상위 5종목 가운데 KODEX 200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레버리지와 인버스라는 점은 살펴볼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에서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장기 투자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상품이 오히려 최근에는 투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ETF가 지닌 긍정적인 측면이 가려질까 고심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아울러 지나친 쏠림으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도 들여다 볼 대목이다.

일일 지수 변동폭의 두 배를 곱한 만큼 수익·손실이 돌아오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변동성이 큰 장에선 오래 가지고 있으면 있을 수록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크게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손실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

김홍주 거래소 ETF시장팀장은 "최근 시장 변동 폭이 커지면서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상품에 개인들이 많이 유입됐다"며 "레버리지 등은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장기투자 상품인 퇴직연금 등에도 레버리지나 인버스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매일 7조원씩…남들 삼성전자 살 때, ETF 몰린 불개미들
물론 ETF가 나쁜 것은 아니다. 주식과 펀드투자에서 소비자들이 느껴왔던 불만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상당하다. 하지만 보다 다양한 ETF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F가 개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주식 상승 이외의 수익에 베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 투자자의 경우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국내외 증시 하락에 대비하는 공매도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갈증과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나 선물옵션은 개인이 참여하기 힘들지만 ETF는 만원으로도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어필했다"며 "본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해 방향성만 맞으면 예상했던 수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인기배경이 됐다"고 언급했다.

기존에도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주식워런트증권(ELW), 주식형 펀드 같은 상품이 있었으나, 이들은 시장이 빠지거나 오르는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오랜 기간 돈이 묶인다는 문제도 있었다. 최근처럼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다.

주식과 달리 증권거래세도 면제된다. 현재 증권거래세는 0.25%다. 삼성전자를 1억원어치 샀다가 팔면 25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ETF는 증권거래세가 없다. 대신 ETF를 발행하는 자산운용사에 보수를 내야 하는데 연 0.2~1% 수준이다.

이에 반해 개인들이 ETF 시장에서 대거 매수한 KODEX 레버리지는 9000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7000원이라는 소액으로도 거래를 시작할 수 있고 시장이 오르거나 내리는 비율에 맞춰 수익률이 즉각 반영된다.

적은 금액으로 많은 종목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의 구성종목은 말그대로 200개다. ETF 한 주를 사면, 코스피200 전체 종목에 투자하는 효과가 난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장은 "분산 투자로 개별 종목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ETF에 담겨있는 종목 구성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투자 카페에 "삼성전자를 살까요 원유 ETF(상장지수펀드)를 살까요"라는 글처럼 ETF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증시 폭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 1위는 삼성전자(4조9600억원)이었지만 2위와 3위는 ETF였다. KODEX 레버리지를 1조2100억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7900억원 순매수했다. KODEX WTI원유선물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각각 4200억원, 2200억원, KODEX 200은 2200억원을 순매수해 상위에 올랐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부장은 “국내 ETF 순자산 규모(47조1499억원)는 전체 코스피 시장의 3~4% 수준으로 ETF가 전체 20%인 미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며 “특정 종목에 과한 쏠림 현상도 보이고 있지만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성숙한 투자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민수 기자, 정인지 기자, 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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