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이미 증시에 입성을 완료한 스팩 종목은 5개로 이들이 공모과정에서 조달한 자금은 45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신규 스팩 상장 종목 수가 2개에 불과했고 조달금액도 18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는 스팩 신규상장 종목의 수가 30개로 2015년(45개)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았던 때였다. 아직 올해가 3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일단은 스팩이 1분기에 전년 대비 대폭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스팩은 증시에 상장된 '돈 주머니'와 같은 개념으로 페이퍼컴퍼니의 일종이다. 설립 3년 내에 비상장사와 합병하면 된다. 스팩과 합병하는 비상장사는 우회상장과 비슷한 구조로 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스팩 투자자는 비상장사 합병 과정에서 스팩신주 발행으로 일정 부분 지분이 희석되지만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팩을 통한 상장의 경우는 이같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대폭 줄어든다. 스팩을 상장시킨 증권사와 상장을 시도하는 비상장사 사이의 협상으로 갈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시경기 전망이 해당 비상장사의 실적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에 비하면 그 정도가 훨씬 덜하다.
스팩을 상장시키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스팩설립 과정에서 증권사는 공모가(대개 2000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작게나마 초기 지분투자를 하기 때문에 상장 후 비상장사와의 합병이 성사되면 그만큼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일반 비상장사를 직상장 방식으로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단지 공모금액의 3% 안팎 수수료를 받는 것에 비해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는 얘기다. 또 설립 후 해산까지 3년의 스팩 존속기한 동안에만 비상장사를 물색해 합병시키면 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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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공모주 입장에서도 스팩 투자가 나쁠 일은 없다. 공모주 투자자의 납입금은 전액 은행 등 금융기관에 정기예금 금리로 예치가 된다. 스팩이 비상장사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해 청산된다더라도 공모주 투자자는 투자금액에 3년간의 정기예금 금리 복리이자를 더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투자한 스팩이 우량 비상장사와 합병해 주가가 오를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상장 후 주가가 빠지면 그만큼 시세차손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처럼 불확실한 시기가 조기에 안정되지 않은 채 장기화되거나 추가로 증시가 낙폭을 키울 경우 스팩도 무풍지대로 남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IB(투자은행) 담당자는 "스팩이 투자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수단이자 기업에게도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인 것은 맞지만 시장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결국은 거시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간다는 징후가 확인돼야 일반 기업 뿐 아니라 스팩 상장도 활성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