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혐오 비난해놓고..정작 중국은 ‘아프리칸포비아’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4.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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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에 있는 아프리카인들, 살던 집에서 갑자기 쫓겨나거나 증상 없는데도 코로나 검사받으라 통보

아프리카인 집단 거주지가 있는 중국 광저우. /사진=AFP아프리카인 집단 거주지가 있는 중국 광저우. /사진=AFP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넘어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되자 중국 내 아프리카인 혐오 현상이 퍼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아프리카인 집단 거주지가 있는 중국 광저우에서 흑인들에 대한 '외국인공포증(제노포비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광저우에는 중국 최대 아프리카인 거주 지역이 있다. 지난 4일 한 나이지리아 국적 감염자가 병원 내 격리상태에서 이탈하려는 걸 막으려는 중국인 간호사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중국 내 SNS에 널리 퍼지면서 이들을 향한 혐오가 확산됐다. 지난 7일에는 나이지리아 국적자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CNN이 중국 광저우에 거주 중인 아프리카 국가 출신 2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살고 있던 집에서 갑자기 쫓겨나거나 호텔, 식당 등에서 입장을 거부당하는가 하면 확진자 접촉이나 증상이 없는데도 임의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강요받았다.

광저우의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단기 비자를 가지고 있어 1년에 몇번씩 자국에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7년 약 32만명의 아프리카인들이 광저우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인 집단 거주지가 있는 중국 광저우. /사진=AFP아프리카인 집단 거주지가 있는 중국 광저우. /사진=AFP
2009년부터 광저우를 오간 한 나이지리아 출신 무역상은 CNN에 "광저우에 최근 입국한 뒤 2주간 지정 호텔에 격리됐다"며 "격리가 끝나고 나오니 호텔들이 모두 숙박을 거부해 노숙자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CNN은 직접 광저우 시내 호텔에 아프리카인 숙박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니 12곳 중 10곳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 나이지리아인은 지난 8일 오후 7시 메신저 '위챗'을 통해 "1시간만에 방을 비워달라"고 통보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9월까지 방세를 낸 상태였지만 그가 방을 비우지 않자 집주인은 오후 10시에 수도와 전기 공급을 끊어버렸다.

광저우와 홍콩 인근에 있는 선전시에 사는 한 세네갈 출신 남성은 갑자기 검체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1년간 해외여행 이력이 전혀 없었고 중국에만 머물렀다. 함께 사는 캐나다 국적자 아내는 검체 검사 요구를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광저우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당분간 광저우로의 여행을 피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총영사관은 성명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광저우 당국이 외국인에 대한 정밀 조사를 강화했다"며 "경찰은 이번 캠페인의 일환으로 술집과 식당에서 아프리카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들이지 말라고 지시했고 최근 여행 이력에 상관없이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임의적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에서 겨우 잠잠해진 코로나19의 재확산 공포가 커지면서 외국인 혐오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코로나19 해외 유입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살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중국 외무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으로 해외 유입된 사례중 90%가 중국 여권 소지자다.



이 같은 차별 현상에 대해 중국 주재 아프리카 대사들은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항의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아프리카인에 대한 강제 검사와 격리, 그 밖의 비인간적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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