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한 ETF '개미들만의 리그'…기관 투자 적은 이유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김소연 기자 2020.04.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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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ETF에 뛰어든 불개미들③

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2에 육박하는 평균 7조원 가량의 자금이 매일 오간다. 신용거래까지 불사하며 ETF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동학개미 위에 ETF 불개미가 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TF 거래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삽화_tom_주식_투자_부동산_증시_목돈_갈림길 / 사진=김현정디자이너삽화_tom_주식_투자_부동산_증시_목돈_갈림길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해외시장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은 상태다. 종목별 운용자산(AUM)이 작으면 천억 원 단위로 돈을 굴리는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힘들다. ETF도 주식이라 활발히 거래되지 않으면 기관들이 가격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처럼 '개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큰손의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AUM을 우선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급락장에서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8572억원으로 전체 코스피시장의 67.0%를 차지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인 1조3332억원(26.7%)에 비해 5배 이상이 폭증했다. 반면 ETF 전체 자산 총액은 45조600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시장의 3~4% 수준이다.

거래의 대부분도 개인이 차지하고 있다. 3월 ETF 거래대금 중 개인은 45.3%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39.1%이고 기관은 7.6%(LP 8% 제외)에 불과하다. 특히 장기투자를 하는 연금은 0.1%,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2.1%였다.



일평균 거래대금 상위 10종목도 단기 투자 상품인 인버스, 레버리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배 투자 상품 중에서 거래대금 상위 종목은 KODEX 200, TIGER 200, KODEX 코스닥150 등 대표 지수 추종 ETF가 대부분이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부장은 "레버리지와 같은 공격적인 상품은 큰 돈을 굴리는 기관들이 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투자 위험을 고려해 AUM이 큰 종목을 찾는다면 대표 시장지수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ETF 거래의 대부분은 선물과 현물을 사고파는 차익 거래로 풀이된다. 코스피200선물과 코스피200 ETF 중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파는 것이다. 실제로 3월 급락장에서 선·현물 가격이 출렁이자 외국인들은 빠르게 ETF와 선물을 사고 팔았다.


예컨대 외국인은 3월 한 달 간 대표적인 시장 ETF인 KODEX 200을 1959억8500만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시장에서 외국인이 25조457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8% 이상 떨어지며 1400대로 주저앉았던 3월 19일에는 선물을 1만8000계약을 순매수하고 현물을 팔아 차익거래에서 2300억원이 순유출됐다.

반면 기관들이 장기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많은 ETF의 AUM이 작아 큰 단위의 투자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TF에서 순가치 자산총액이 가장 큰 KODEX 200의 순자산은 현재 6조원 수준이다. KODEX 레버리지는 3조4000억원, TIGER 200이 3조2000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주식으로 치면 3조원은 시총 50~60위다. ETF도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순자산이 적은 종목에 기관의 물량이 대거 들어갔다가 빠지면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최근에는 ETF로 펀드를 구성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를 통해 투자하려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내 ETF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 상장된 ETF를 활용해 분산투자를 하는 기관들도 있지만 아직 많은 기관들이 해외 ETF를 통해 EMP 투자를 하고 있다"며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해외 상장 ETF들이 아직은 종류도 많고 AUM도 커서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ETF의 양적 성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본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유동성이 낮은 상품들도 많아 이제는 질적 성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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