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7조원 베팅…'동학개미' 비웃는 ETF 불개미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사무엘 기자, 한정수 기자 2020.04.13 14:51
글자크기

[MT리포트]ETF에 뛰어 든 불개미들①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2 규모…매일 수조원 ETF 전쟁, 원유ETF 천당과 지옥 오가

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의 3분2에 육박하는 평균 7조원 가량의 자금이 매일 오간다. 신용거래까지 불사하며 ETF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동학개미 위에 ETF 불개미가 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TF 거래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하루에 7조원 베팅…'동학개미' 비웃는 ETF 불개미들


ETF(상장지수펀드)의 인기비결은 투자가 쉽다는 점과 화끈한 수익률이다. 인덱스펀드와 주식을 합쳐놓은 성격이 있어 어떤 주식을 사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50% 넘게 화끈한 수익을 내기도 하니 불개미 성향에는 제격이다. 매매차익 비과세 등 세제 측면에서도 주식보다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증시에서 ETF 일 평균 거래대금은 6조85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1조3332억원)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ETF 거래대금은 주식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3월 코스피에서는 하루평균 10조967억원이 거래됐는데, 이와 비교하면 ETF 거래대금은 67.9%에 달한다.



ETF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3월 중순부터 투자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더니 하루에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6조원에 육박하는 매수를 기록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다. 외국인도 주식 헷지 등을 위해 ETF 매매를 많이 하지만 개인보다 금액이 작다.

ETF시장에는 현재 451개 종목이 있는데 이 가운데 수익률 변동 폭이 큰 레버리지 ETF와 주가하락이나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3월 ETF 거래액 가운데 81.0%를 기록했다. 시장 대표주에 투자하는 ETF는 13.6%였고 채권에 투자하는 ETF 역시 1.9%에 불과했다. 나머지 ETF는 거래대금 비중이 1% 미만이다.


거래가 활발한 종목으로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2,000원 ▲1 +0.05%)KODEX 레버리지 (20,085원 ▼10 -0.05%)KODEX 200 (37,825원 ▼20 -0.05%)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13,630원 ▼100 -0.73%)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3,195원 ▲10 +0.31%)KODEX 인버스 (4,100원 ▲5 +0.12%)KODEX 코스닥 150 (15,335원 ▼60 -0.39%)TIGER 200 (37,945원 ▲15 +0.04%)TIGER 200선물인버스2X (2,120원 0.00%)KBSTAR 단기통안채 (111,090원 ▲10 +0.01%) 등이 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하는데 투자하는 상품인데, 일반 인버스 상품보다 가격변동이 2배 높다. 코스피지수가 9% 넘게 폭락했던 3월19일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하루에 무려 4억9326만좌, 6조992억원이 거래됐고 가격은 13.25% 상승했다.

같은 날 코스피200 지수가 상승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레버리지 코스피 ETF 역시 2조2454억원 가량 거래됐다. '동학 개미'들의 주식매입이 시작됐을 때 이미 불개미들은 ETF 시장에서 한참 플레이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루에 7조원 베팅…'동학개미' 비웃는 ETF 불개미들
두 ETF 종목의 거래대금을 합하면 당일 삼성전자 거래대금(2조5029억원)의 3.33배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ETF 물량에 씨가 말라 유동성 공급자인 증권사들(LP)이 매일 같이 ETF 공급물량을 늘려야 하는 처지다.

상장 ETF는 지난해 연말보다 1개 종목 늘어난 451개인데 발행좌수(발행주식과 같은 개념)는 3조1940만좌에서 3월 기준 3조6490만좌로 14% 늘었다. LP들은 3월에 3조2392억원의 ETF를 새로 찍었고 4월에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ETF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 주식시장에선 주가가 빠질 것을 예상해도 기관이나 외국인처럼 공매도 거래를 하기가 무척 어렵다. 반면 ETF는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 많다. 선물옵션처럼 전문 투자자 교육을 받지 않아도 매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수익률도 화끈하다.

하루에 7조원 베팅…'동학개미' 비웃는 ETF 불개미들
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1월 6일 1만1300원에 불과했는데 2월 말에는 1만5710원으로 치솟았고 3월 말에는 2만6620원으로 더 상승했다. 3월 한 달 간 6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슷한 상품인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도 68.7%의 수익을 냈다. TIGER 의료기기와 ARIRANG KRX300헬스케어, KODEX 헬스케어 등도 3월 폭락장에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FT는 주식처럼 신용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가 더해지면, 운용하기에 따라 하루에 원금대비 60%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다. 물량부족 상태인 ETF는 어렵지만 아직도 신용거래가 가능한 종목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코스닥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 ETF는 3월 23일 1116억원을 포함해 최근 15일간 9642억원이 신용으로 거래됐다.

ETF는 가격 변동 폭이 큰 만큼 큰 수익을 볼 수도 있으나 쪽박을 찰 가능성도 무척 높다. 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ETF는 70%에 가까운 수익을 냈지만 반대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F는 반 토막 났고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ETF도 수익률이 좋지 못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