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회사채 지원 논의, 총선 후 급물살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20.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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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특수목적법인 설립 '긍정적'…정부협의·국회동의·새 금통위원 확정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국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회사채를 매입하는 미국식 유동성 공급 논의가 총선 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PV를 통한 회사채 매입에는 정부의 보증이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거쳐 신용을 보강한 회사채를 SPV를 통해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 Fed처럼 특수목적 기구를 세우고 정부보증하에 CP(기업어음)와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은 효과가 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SPV에 자본금을 투입하고 회사채 손실에 대해 보증을 하면, 한은은 정부 자금의 10배 가까운 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1조원을 공급하면, 한은이 SPV에 대해 10조원을 대출하는 식으로 SPV를 설립하고, SPV가 우량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특정 회사채가 부도를 내면 정부가 투입한 자금에서 먼저 손실처리를 하게된다”고 덧붙였다.

당초 한은은 한은법 80조를 들어 금융기관 여신 외에는 특정 기업 회사채 등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로 확산되자 회사채 등에 대해서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주열 총재가 SPV 설립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은이 회사채나 CP를 직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로서도 한은이 SPV 설립을 통한 회사채 매입으로 한발 물러섰기 때문에 직매입을 강하게 압박하기 어렵게 됐다.


한은은 SPV를 통해 지원하더라도 정부의 신용 보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한은은 손실최소화 원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한은법 80조를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손실최소화 원칙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은 의견에 따라 신용보강을 하거나, 국회가 한은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동의가 필요하다.

현 금통위원 임기가 이달 말까지라는 점도 변수다. 한은법 80조 발동에는 금통위 동의가 필요한데, 다시한번 임시 금통위를 열지 않는 이상 신임 금통위원들이 SPV 설립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신임 금통위원 추천도 빠르면 총선 직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PV가 CP와 회사채 등을 매입하기 시작하면 채권시장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기관을 거치는 RP(환매조건부채권) 매매 등과 달리 채권시장에 직접 유동성이 공급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아무리 은행과 증권사에 자금을 공급하더라도 해당 금융기관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매입에 나서지 않으면 채권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회사채시장내 주요 투자자인 증권사들이 코로나19로 최근 어려움을 겪으며 한은의 유동성 공급효과가 반감되는 경향이 있었다. SPV 설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CP 등 단기채권 금리를 낮춰주는 효과 또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단기채권은 장기채권보다 금리가 낮은 것이 보통이나 현재 단기자금시장 위축으로 CP(91일물) 금리가 2.13%(4월10일 기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이는 CP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SPV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면 해당 금리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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