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으로 주식 투자, 1조원대 자산가가 됐다고?…사실은

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2020.04.1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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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지난 11일 '갑부된 사람도 있는데…내가 주식 하면 '필망'하는 이유 '셋''이란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월급으로 주식 투자해 조원대 부자가 된 교수의 사례에 댓글로 의견을 주셨다.

"소설을 써라" "1조를 주식해서 만들려면 100억을 넣고 100배 수익을 내야 한다. 말 같은 소리를 하라" 등의 믿기지 않는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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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으로 주식 투자, 1조원대 자산 모은 비결
조원대 부자의 사례는 김장섭(필명 조던) JD부자연구소 소장의 유튜브 방송에서 처음 접했다. 이 사례는 그의 책 '내일의 부' 1권 241쪽에도 나온다.



김 소장의 이 사례는 당초 투자전문지 더벨(the bell)의 2017년 12월8일자 기사 '1조 자산가가 된 80대 개인의 투자법'을 인용한 것이다. 기사를 쓴 기자는 이 자산가의 자산을 직접 관리해온 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에게 이 사례를 직접 들었다고 한다.

이 자산가는 2017년에 80대 중반으로 서울 명문대 교수로 일하다 은퇴했다. '월급쟁이가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주식 투자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30대이던 1970년대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인문대 출신 교수라 주식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주식 한 종목에만 투자한다'는 단순한 원칙을 세웠다. 그에게 가장 좋은 주식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쭉 시가총액 1위 종목에만 투자했다. 매매는 시가총액 1위 종목이 바뀔 때, 기존 시가총액 1위 기업을 팔고 새로 시가총액 1위가 된 기업을 살 때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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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자산가는 어떤 종목에 투자했나
1980년대 초반에는 한일은행, 제일은행, 조흥은행이 하루가 멀다하고 시총 1위 전쟁을 벌였고 수출주인 현대차, 삼성전자, 유공, 금성사 등도 시총 1위에 오르내려 매매 대상이 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포스코나 SK텔레콤,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이 주요 매매 대상이었다.

1980년대만해도 1위 종목의 시가총액은 1000억원 안팎이었지만 1989년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1000을 찍으면서 개별 종목의 시가총액도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번 이익을 낼때 10배, 20배씩 내는 경우가 많았고 이 과정에서 재산이 급격하게 불어났다고 한다.

이 교수가 마지막으로 거래한 종목은 2000년 11월21일 15만8000원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삼성전자였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종가는 4만9250만원. 50 대 1로 액면분할된 점을 감안하면 246만2500원이다. 20년 가까이 15.6배가량 올랐다.

삼성전자를 매수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좋은 주식을 사서 묻어두고 그 주식이 안 좋아지면, 예컨대 시가총액 1위에서 떨어지면(좋은 기업을 고르는 원칙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더 좋은 기업으로 바꿔 또 묻어두라는 것이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시간의 힘이 마술을 만든다
그렇다면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했던, 월급으로 1조원대 자산가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주식 투자가 워런 버핏은 1965년에서 2014년까지 50년간 연평균 21.6%의 수익률을 올렸다.

복리의 효과 덕분에 이는 50년간 총 186만6163%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수익률이 된다. 1965년에 버핏에게 1억원을 맡겼다면 2014년에 183조원으로 불어났을 것이란 의미다.

21살 때 버핏의 재산은 2만달러(약 2400만원)였다. 39세에 2500만달러(300억원)로 늘었고 66세 때 170억달러(20조4000억원)가 됐다.

1조원 자산가가 된 교수가 매월 300만원씩 50년간 투자해 연평균 17%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1조원에 가까운 자산이 모인다.(이는 단순한 가정이다.)

연평균 17%의 수익률은 물론 어머어머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리의 효과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주식 투자는 어렵다. 첫째 좋은 기업을 고르기가 어렵고 둘째 10년, 20년, 50년 꾸준히 변함없는 원칙으로 장기 투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갑부된 사람도 있는데…내가 주식 하면 '필망'하는 이유 '셋''을 쓴 이유는 주식 투자를 만만히 보지 않기를, 그래서 시행착오를 줄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개미동학운동'을 벌이는 개인 투자자 모두 성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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