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리가 쉽게 외면하거나 들추기 싫은 불편한 성적 일탈을 고찰한다. 도착적 성 심리와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던 잔혹한 성범죄까지 198개 사례를 살피면서 불운하게 유전으로 타고난 운명과 육신의 강압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입장도 대변한다.
특히 비정상적인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한국적 지배윤리는 성도착증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그들을 사회의 깊은 그늘 속으로 몰아넣을 뿐, 정신의학과 법의학 관점에서 그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학계의 노력은 희박하다.
이는 모두에게 성도착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프로이트는 “성인 모두가 성도착증자”라고 진단했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성의 타고난 진실을 감히 직시하지 못하는 사회, 퇴행기에 접어든 사회일수록 병적인 포르노그래피만 창궐한다”고 강변했다.
이 책의 가장 큰 공로는 정신질환의 원인 분석과 치료 방법을 획기적으로 대중화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격리된 정신질환자들이 좀 더 인간적인 의료환경에서 치료받는 길을 열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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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정신질환자들이 자신의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을 기록으로 남겼을 때,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분노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작게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광기와 성=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파람북 펴냄. 607쪽/2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