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카니발' 타다 역사 속으로…내일부터 못탄다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4.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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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타다가 남긴 것] ①타다 그 이후...엇갈린 타다 실험, 미완성 혁신 VS '편법 정리'

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 '타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의 고발을 시작으로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와 택시기사 분신 사망,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 발의, 이재웅·박재욱 대표 각각 징역 1년 구형 등 험로를 지나 서울중앙지법의 무죄판결을 받으며 회생하는 듯 했지만, 수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며 사실상 입법부의 '사형선고'를 받게 됐다.타다금지법 수정안은 타다의 운행 방식인 렌터카 기반의 사업 모델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택시 총량 내에서 플랫폼운송면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를 통한 영업을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하는 핵심내용은 유지됐다.타다측은 결국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국회 본회의 표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 '타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의 고발을 시작으로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와 택시기사 분신 사망,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 발의, 이재웅·박재욱 대표 각각 징역 1년 구형 등 험로를 지나 서울중앙지법의 무죄판결을 받으며 회생하는 듯 했지만, 수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며 사실상 입법부의 '사형선고'를 받게 됐다.타다금지법 수정안은 타다의 운행 방식인 렌터카 기반의 사업 모델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택시 총량 내에서 플랫폼운송면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를 통한 영업을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하는 핵심내용은 유지됐다.타다측은 결국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국회 본회의 표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타다 베이직'이 시동을 끈다. 타다 운영사 VCNC는 10일까지 타다 '베이직'을 운행하고 11일부로 종료한다. 서비스 시작 1년 6개월여 만이다. 지난달 7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박재욱 쏘카·VCNC 대표는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다”며 주력 서비스 ‘베이직’의 운행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타다 '베이직'은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지 불과 2주 만에 불법 딱지가 붙었다. 법원에서 받은 '면죄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입법부가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현재 타다 운영 차량 1500여대 중 1400여대가 ‘베이직’인 만큼 타다의 사업 규모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법안을 주도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수정안이다. 타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자, 국토부가 손을 댔다. 타다의 운행 방식인 렌터카 기반의 사업 모델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택시 총량 내에서 플랫폼운송면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타다의 현재 영업방식은 금지하고, 플랫폼운송사업에 편입시켜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와 동일한 방식에 따르라는 의미다. 타다 '베이직' 운행을 불법으로 규정한 개정안 핵심은 그대로 유지됐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를 통한 영업을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타다가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법인 분할 좌절·비상경영 돌입…이재웅 대표 경영 일선서 물러나
VCNC는 이달로 예정된 법인 분할을 접었고 투자 유치는 불가능해졌다. 애초에 타다는 쏘카에서 분할돼 독립기업으로 출범하면서 사업 확장을 노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법인 분할 효과는 물론 장기적인 라이드셰어링 전략도 모두 접어야 할 처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박재욱 대표에게 대표 자리를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타다 임직원들과 드라이버들의 실직도 예고된 상황이다. 실직 위기에 몰린 드라이버들은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욱 대표를 노동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드라이버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여객운송사업은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는데 타다는 인력업체에서 파견된 타다 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 명백한 불법파견 행위"라며 "타다는 불법 파견받은 타다 드라이버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고, 파견법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VCNC와 모회사 쏘카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지난달 초 합격이 확정된 신입사원들에게 채용 취소를 통보한데 이어, 이번주부터 다음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타다 베이직 서비스에 활용한 11인승 카니발 전 차량도 정리 중이다. 중고차 시장에 매매하는 것은 물론 임직원과 그 지인을 대상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일반 중고차량 시세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쏘카의 지난해 매출은 2566억 원으로 전년보다 61%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715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16% 증가했다. 적자폭이 커진 원인은 타다다. 타다는 지난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영업 실적이 발표된 적이 없지만,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지난해 타다의 적자가 500억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쏘카의 적자 가운데 타다가 차지한 적자 비중이 적지 않다.

VCNC는 고급 택시 면허 보유 드라이버로 운영되는 ‘타다 프리미엄’과 예약 이동 서비스인 ‘타다 에어’, ‘타다 프라이빗’에 주력할 방침이다. 커플 애플리케이션 '비트윈'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모회사 쏘카는 카셰어링 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을 개선해 나간다. 차량 구독 서비스 ‘쏘카 패스’, 장기 대여 차량을 공유하는 ‘쏘카 페어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키우며 카셰어링 1위 자리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이재웅(오른쪽)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이재웅(오른쪽)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혁신 주창한 타다의 쓸쓸한 퇴장…“신사업 의지 꺾일까” 우려
2018년 10월 등장한 타다가 국내 모빌리티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기존 대중 이동 수단에 혁신을 보탰고, 모빌리티 시장 물꼬를 튼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타다가 성공하자 차차, 파파, 카카오벤티 등 유사한 모델이 잇따라 등장했다. 특히 언제 어디서건 부르면 오고 쾌적하고 정숙한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물론 타다의 사업방식을 ‘편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초단기 승합차량 렌트서비스로 택시와 본질이 같은 데도 현행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택시 산업과의 상생을 선택한 모빌리티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무법 상태에서 모빌리티 산업 혼란과 갈등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됐을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한 이찬진 포티스 대표가 페이스북에 “20대 국회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 등 7개 기업도 국회에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완벽히 만족하지 못하지만,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위해 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개정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모빌리티 업계가 타다와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스타트업 업계가 진정 안타까워 하는 건 ‘규정에 없던 서비스’를 좌초시킨 일이다. 새로운 서비스마다 범죄와 동일한 잣대로 ‘불법’ 낙인을 찍으면 앞으로 어떤 스타트업도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2013년 우버부터 2015년 콜버스, 2017년 풀러스, 2018년 카카오 카풀, 올해 타다까지 한국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업계와 격돌하며 불법 서비스로 낙인찍혀 진출과 퇴출을 반복했다. 정부가 혁신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사장시키고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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