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 3총사' 1조원대 기업결합 '합병비율' 논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김도윤 기자 2020.04.1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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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삼광글라스 주주, 금감원에 합병비율 재산정 진정... 회사 측 "승계구도와 무관, 합병비율 문제 없다"

'삼광 3총사' 1조원대 기업결합 '합병비율' 논란


OCI 기업집단에 속한 상장사 2곳, 비상장사 1곳의 기업결합에 제동이 걸릴까. 삼광글라스 (25,100원 ▲2,150 +9.37%) 주주들이 이테크건설 (15,450원 ▲280 +1.85%), 군장에너지 및 삼광글라스 3사 사이의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합병비율이 잘못 산정됐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으로 하여금 삼광글라스 측에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도록 조치해달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금감원에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식 재판 제소를 통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6월말로 예정된 합병, 일정 차질 불가피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광글라스 지분 6.5% 가량을 보유한 주주 박모씨 등 10여명은 최근 금감원에 "금감원의 조사를 통해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와 삼광글라스의 부당한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내려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투자자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 등을 선임해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에서 합병비율 재산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정식 재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6월말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던 삼광글라스 등 3사간 합병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등 3사는 OCI 그룹 계열로 묶여 있다. OCI그룹 창업주 고 이회림 회장의 장남인 고 이수영 회장이 OCI 등 계열을 물려받았고 차남인 이복영 회장이 삼광글라스 등 3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복영 회장 일가가 삼광글라스의 대주주이며 이 삼광글라스가 다시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를 지배하고 있다.

삼광글라스 등 3사간 합병은 지난 달 18일 정규장이 종료된 이후에야 최초로 시장에 공개됐다. 총 3단계로 나뉘는 이번 합병안은 △삼광글라스는 비상장사 군장에너지를 통째로 합병하고 △종전 토목·건축, 플랜트 등 사업을 영위하는 이테크건설에서 투자부문만을 인적분할 형태로 분리해 이 투자부문을 삼광글라스와 합병시키며 △군장에너지 및 이테크건설 투자부문을 떠안은 통합 삼광글라스에서 지주사 부문만을 분리하고 나머지 사업부문은 물적분할 형태로 지주사의 100% 자회사로 둔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군장에너지 및 이테크건설 주주는 합병비율에 따라 삼광글라스 신주를 받게 된다. 삼광글라스 주주들은 삼광글라스 가치가 과소평가된 반면 이테크건설 투자부문과 군장에너지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삼광글라스 주주들에게는 불리하게, 이테크건설 및 군장에너지 주주에게는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산정됐다는 얘기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73.94포인트(3.87%) 하락 마감한 지난3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73.94포인트(3.87%) 하락 마감한 지난3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주주들 "코로나19 폭락장세 가격이 기준가격?"
주식 교환 형식으로 이뤄지는 이번 합병에서 삼광글라스 가치가 이테크건설 투자부문과 군장에너지에 비해 낮게 평가될 경우 삼광글라스는 합병 과정에서 보다 많은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그만큼 기존 삼광글라스 주주들에게는 지분희석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게 된다.

합병비율 산출을 위한 기준가격의 경우 삼광글라스는 주당 2만6460원으로 정해졌다. 합병계획 공시 전날(3월17일) 및 1주일, 1개월 평균주가 등 3개의 가격을 산술평균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삼광글라스 뿐 아니라 한국 등 글로벌 증시 전체가 폭락하던 시점의 주가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역시 상장사인 이테크건설의 투자부문만의 가치는 주당 23만5859원으로 책정됐다. 이테크건설의 건설·투자부문을 더한 주가는 3만9400원이었으나 이번에 삼광글라스와 합병하게 되는 투자부문만의 가치가 회사 전체 부문을 합한 주가의 6배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이테크건설에 이처럼 높은 가치가 매겨진 데에는 이테크건설이 보유한 군장에너지 지분 48%의 가치가 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군장에너지의 주당 가치는 6만7137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테크건설의 최대주주이자 군장에너지의 2대 주주인 삼광글라스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군장에너지 등의 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삼광글라스가 보유한 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 가치 미반영"
삼광글라스의 기준 시가총액은 1284억원으로 책정된 반면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및 군장에너지 가치는 각각 2874억원, 6989억원으로 책정됐다.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및 군장에너지와의 합병비율은 각각 1대 3.88, 1대 2.54였다. 이테크건설 1주당 삼광글라스 주식 3.88주, 군장에너지 1주당 삼광글라스 주식 2.54주를 배부하는 방식이다.

박씨 등 주주들은 이같은 합병비율이 산출된 이유에 대해 "회사는 경영 효율성 및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사업 시너지 창출 등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이복영 회장의 두 아들인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광중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삼광글라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산정됐다. 삼광글라스가 상장사라고 하더라도 기준시가는 실질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삼광글라스의 합병기준가는 순자산가치(주당 3만6451원)에 이테크건설 및 군장에너지 지분가치를 더해 7만2043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광글라스 본사 전경 / 사진제공=삼광글라스삼광글라스 본사 전경 / 사진제공=삼광글라스
회사 측 "합병비율 문제 없어, 승계구도와 무관"
한편 금감원은 이날 삼광글라스 등 3사의 합병 증권신고서에 대해 "중요 사항에 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등 경우에 해당해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를 했다"며 "이 증권신고서는 이번 정정요구를 한 날로부터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며 그 효력이 정지된다"고 했다. 회사 측은 이번 금감원의 정정요구에 대해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삼광글라스 측은 "상장법인의 합병 비율은 주가가 낮아도 기준시가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외부 평가기관인 삼일회계법인에서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평가한 비율로, 회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계열사 합병은 기업이 살아남고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필연적 조치로 승계 구도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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