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대량해고한 '탑텐' 신성통상, 아들·사위는 입사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4.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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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순 회장 외치던 "하나의 신성" 어디로…임원 급여 삭감보다 직원해고 택해

직원 대량해고한 '탑텐' 신성통상, 아들·사위는 입사


코로나19(COVID-19) 충격에 패션브랜드 '탑텐'으로 유명한 신성통상이 수출사업부 직원을 대량 해고했다. 다수의 직원을 내보낸 신성통상은 최근 오너의 아들과 사위를 입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최근 수출사업부(의류 벤더사업)의 직원 55명을 내보냈다. 전체 직원이 220명 정도인 신성통상 수출사업부에서 대량 권고사직을 처리한 것이다. 신성통상은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주문을 취소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신성통상 수출의 지난해 총 주문은 3억5000만달러였는데 올해만 2억달러가 취소됐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해고된 인원이 55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자발적으로 퇴사한 7명과 권고사직자 22명까지 30명이 나갔다고 밝혀,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염태순 회장 외치던 "하나의 신성" 어디로=55명에 이르는 대규모 직원이 회사를 떠나자 수출 사업부 직원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2012년 토종 패스트패션 브랜드 '탑텐'을 론칭한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반사익으로 패션사업부 매출이 27.1%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3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 급증했는데 패션사업부가 361억원 이익을 올렸고 수출사업부는 35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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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에 맞선 '애국마케팅'으로 탑텐이 부상하며 패션사업부 이익은 급증했지만,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하고 업황이 어려워진 수출사업부의 직원들은 대량 권고사직 처리한 것이다.

신성통상 직원 A씨는 "탑텐 브랜드 성공의 핵심 요인인 가격 경쟁력은 수출사업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염태순 회장은 언제나 '하나의 신성'을 외쳤는데 수출사업부가 위기에 처하자 패션사업부와는 별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직원들은 코로나19 위기로 매출이 증발한 상황에서 비용 절감의 우선순위가 직원들의 일자리였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미국·유럽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의류 벤더(Garment )업계에서는 급여 삭감, 주3회 근무, 단축 근무 및 무급 휴직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직원의 권고사직부터 실시한 곳은 많지 않았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무급휴직과 순환·단축 근무 및 임금 반납과 삭감 등을 논의했으나 해외 바이어의 오더 취소가 2~3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라며 "임금 반납 정도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너 아들·사위는 입사, 직원은 해고=염태순 회장의 둘째 사위는 지난해 11월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이사로 입사했다. 올해 1월에는 염태순 회장의 외동아들 염상원씨(30)가 과장으로 입사했다.

현재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가나안(지분 28.26%)으로, 가나안의 최대주주(지분 82.43%)는 아들인 염상원씨다. 염씨는 2009년 가나안 주식을 양도받았고 사실상 신성통상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한편 6월 결산법인인 신성통상이 지난해 반기(7월~12월) 등기임원 4명·미등기임원 14명 총 18명에게 지급한 급여는 12억1500만원이었다. 지난 반기 수출사업부 남직원 63명에게는 총 13억8200만원이, 여직원 86명에게는 20억3200만원이 지급됐다.

직원 대량해고한 '탑텐' 신성통상, 아들·사위는 입사
임원에게 지급된 급여가 수출사업부 남직원 63명 전체에게 준 급여와 맞먹는 가운데 사측은 임원 급여 삭감보다는 직원 감축을 통해 비용 절감을 택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인원 감축 외에 급여 삭감은 없다고 설명했다.

B직원은 "회사를 10년 다닌 차장급 직원도, 갓 1년 차 된 직원도 가차 없이 권고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권고받았다"며 "정리해고는 이제 시작일 뿐 남아있는 직원들도 언제 불려가 권고사직서에 서명하라고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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