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말고 이해진만...오락가락 공정위 고발, 기준 생겼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4.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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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이 작년 9월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스카이캐슬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열린 '미래를 여는 시간' 제8회 교육혁신 포럼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19.9.26/뉴스1(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이 작년 9월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스카이캐슬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열린 '미래를 여는 시간' 제8회 교육혁신 포럼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19.9.26/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신고·자료제출 위반 시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을 신설했다. 앞서 네이버, 카카오가 동일하게 기업집단 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 공정위가 네이버만 고발하면서 논란이 생긴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이하 고발지침) 제정안을 마련, 오는 29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행위자의 의무 위반에 대한 인식 가능성, 위반 중대성을 바탕으로 기준을 설정했다.

인식 가능성은 행위자의 의무위반에 대한 인식 여부, 행위 내용·정황·반복성 등에 따른 인식 가능성 정도를 고려해 판단한다. 이를 통해 인식 가능성 정도를 3단계(현저, 상당, 경미)로 구분한다. 중대성은 위반 행위 내용·효과, 경제력집중 억제시책 운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현저, 상당, 경미로 구분한다.



인식가능성이 ‘현저’로 판단되면 중대성과 관계 없이 고발한다. 인식가능성이 ‘상당’일 경우에는 중대성이 ‘현저’일 경우 고발한다. 인식가능성이 ‘상당’이지만 중대성이 ‘상당’이나 ‘경미’일 때에는 경고 조치한다. 다만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이 모두 ‘상당’인 경우 자진신고 여부, 기업집단 소속 여부 등을 고려해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인식가능성이 ‘경미’인 경우에는 고발하지 않는다. 다만 행위자의 의무위반 인식가능성 유무에 대한 사실 확인이 곤란한 상황에서 중대성이 ‘현저’인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김범수는 경고, 이해진은 고발...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2018.10.26/뉴스1 / 사진제공=뉴스1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2018.10.26/뉴스1 / 사진제공=뉴스1

공정위는 2018년 1월 심의를 열어 카카오 총수인 김범수 의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가 2016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카카오에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5개 계열사(골프와친구, 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모두다, 디엠티씨) 관련 자료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누락기간이 4개월에 불과하고 △5개 계열사 누락이 대기업집단 지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경고 조치만 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정위가 카카오를 봐줬다고 주장하며 공정위 압수수색까지 거쳐 김 의장을 자체 기소했다. 법원에서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7일 김 의장의 제출 자료 누락에 대해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에 대해선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지난 2월 16일 공정위는 네이버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2015년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이해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지음' 등 총 20개 계열사 자료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유사한 혐의를 두고 네이버만 고발한 데 대해 공정위는 ‘고의성’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이해진이 네이버 총수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계열사 자료를 일부러 누락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네이버에선 이해진을 총수로 지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것이 이해진과 친족의 계열사 자료 누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엔 검찰이 다른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달 이해진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이해진과 실무 담당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위법 인식가능성, 중대성 따져 고발 결정”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가 지난해 7월 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찬 회동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7.4/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가 지난해 7월 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찬 회동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7.4/뉴스1
카카오, 네이버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의 모호한 고발 기준, 검찰과 이견이 문제로 불거졌다. 공정위가 ‘고발 기준’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이런 우려를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치 수준에 대한 명문화된 기준 없이 사안별로 고의성, 경미성 등을 고려해 고발, 경고조치 등을 해왔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기준 마련에도 개별 사안에서 고발 여부를 두고 논란은 없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 사례처럼 제출 자료에 총수의 인감이 찍혀있다는 사실을 두고 공정위는 인식가능성을 ‘현저’로 판단할 수 있지만 검찰은 “총수가 직접 찍거나 사인한게 아니다”며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사진=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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