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국립극단
코로나 19 사태로 카뮈의 '페스트'가 다시 주목받는다. 모든 공연을 잠정 중단 내지 취소하고 있는 국립극단은 온라인을 통해 지난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립극단이 온라인 무료 서비스로 선보인 첫 작품이 박근형 연출의 '페스트'(2018년)다. 박근형의 연극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장벽이다. 페스트가 퍼지면서 고립된 도시의 이미지를 강조한 무대는 증오와 혐오로 가득한 세상에 대한 은유였다. 박근형의 연극은 페스트라는 불가항력적인 재앙에 인간들의 반응을 통해 전염병 자체보다 편견과 증오가 더 무서운 페스트였음을 느끼게 했다.
사진제공=국립극단
소설 '페스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페스트 균은 결코 소멸되지 않으며, 수십 년 동안 가구나 내복에 잠복해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를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유호식 역, 문학동네) 뮤지컬 '페스트'는 원작 중 어려움에 맞서고 희생을 감내하는 선의의 연대를 강조한다. '페스트'는 언제 되살아날지 모르는 인간들의 탐욕과 증오, 이기심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보다 조금 더 강력한 선한 영향력과 연대를 증명한다.
코로나19로 공연계는 공연이 대부분 취소되고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철칙이 무너지고 공연장 문을 걸어 잠갔다. 공연인들은 ‘Show Must Go On-line’으로 공연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런던 국립극장이나 앤드류 로이드 웨버, 로열 셰익스피어극단, 글로브 시어터 등 해외에서 지난 공연을 유투브를 통해 오픈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립극단, 남산예술극장, 서울예술단 등 공공극장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공연 영상을 제공한다. 공연의 암흑기지만 조금만 열심히 움직이면 유명 작품의 방구석 1열을 경험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이고 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하는 공연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비록 공연장은 폐쇄되었지만, 공연계는 희망을 놓지 않고 선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었던 '페스트'의 인물들처럼 지혜롭게 위기를 견뎌내고 있다. 하루빨리 공연의 설렘과 감동을 무대에서 느낄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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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성(공연 평론가)